“어차피 민중들은 개 돼지들입니다. 뭐하러 개 돼지들에게 신경을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 질 겁니다”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다.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개 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한 중앙 언론사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내뱉은 말이다.
그는 “국민 99%”가 개 돼지라고 했다. 아무리 사석이라 해도, 영화 대사를 인용한 것이라 해도 고위공직자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너무 충격적이다. 정신이 나가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는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도 했고, 구의역에서 죽은 젊은이를 애도하는 것을 놓고도 비아냥거렸다.
하루아침에 개 돼지가 된 수많은 국민들의 분노가 엄청났다. 나 기획관의 막말은 지난 주말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고, “나향욱 자신이 개 돼지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여야 정치권도 “막말로 국민을 모독한 그는 더이상 공무원 자격이 없다”며 즉각 파면할 것을 촉구했다. “교육부 고위 관료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단체도 파면 촉구에 가세했다.
막말 파문을 일으킨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도 근무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 구조개혁 같은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기획하는 핵심 보직이다. 그런 막중한 위치에 있는 고위 공직자가 국민을 능멸하고 차별을 당연시하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했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공직자로서의 기본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위험천만한 가치관을 가졌다. 취중 실언이었다고 했지만, 말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자제력을 잃었다면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
지난달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이 워크숍에서 ‘일왕 만세 삼창’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었다. 망언ㆍ막말뿐 아니라 부적절한 일탈과 비위, 갑질을 하는 공직자들이 종종 있다. 공직기강이 크게 해이해진 탓이다. 무너진 공직기강은 국정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렇잖아도 국민들의 삶은 고달프다. 위로는 못해줄망정 국민을 개 돼지로 모욕하고 능멸하다니. 나 기획관과 교육부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이 기회에 공직의 썩어빠진 특권의식도 뿌리 뽑아야 한다.
이연섭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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