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각 자유롭게 펼쳐요” 토론하며 답 찾는 아이들
주입식 교육 탈피 학생들이 수업 주도
서로 경청하며 설득… 창의력도 ‘쑥쑥’
입시 교육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교육체제에서 토론은 다소 생소한 수사학이다.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대신 일방적 주입식 교육이 그동안 대한민국 교실에서 큰 틀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토론을 하더라도 자신의 논리로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찬반토론에 익숙한 것도 사실이다.
초등학생에게 장점과 단점을 모두 생각하게 해 어떤 주제에 대해 흥미로운 해결책을 학생 스스로 찾게 하는 PMI(PlusㆍMinusㆍInteresting) 토론을 수업방식에 적용한 초등학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알파고 시대’를 맞아 생각에 생각을 물게 하는 이같은 토론 방식은 창의력과 유연함을 강조하는 경기도교육청의 현 교육정책에도 들어맞는다. 또 학생들의 문제 해결방식에 있어서도 딱딱함 대신 사고의 풍부함을 더해 한국형 토론 문화의 새로운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주 자유초등학교는 학교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독서와 토론의 비중을 높여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끌어내는 수업 방식을 자주 활용한다. 11일 오전 자유초 4학년 1반 교실. 김유라 교사가 20여 명의 학생과 ‘부모님의 맞벌이가 좋다’라는 주제로 PMI 토론 수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동기유발의 시간을 먼저 갖는다. ‘방학 중 엄마는 힘들다’라는 주제가 TV 화면에 뜨자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어 올렸다. “맞벌이를 하는데 아이들을 방학 중에 맡길 수 없어 힘들어해요”, “온종일 나와 동생을 돌봐야 해서 힘들어요” 등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일단 동기유발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림만 있는 돼지책이 다시 화면에 나온다. 글이 없다 보니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만으로 책을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엄마의 일을 도와주지 않는 아빠와 두 아들.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존해 차츰 돼지로 변하는 삼부자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또다시 다양한 생각을 내놓았다.
결국, 엄마의 부재를 깨달은 아빠와 두 아들은 스스로 집안일을 도우며 다시 사람의 모습을 되찾아 가족 구성원의 소중함을 느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수업은 절대 교사 위주로 진행되지 않는다. 단정적인 표현도 없다. ‘왜 이런 그림일까?’,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니?’, ‘다음 장면은 어떻게 될 것 같니?’, ‘너희 생각은 어떻니?’ 등 수업은 질문의 연속이었고, 학생들은 그 질문에 각자의 생각을 표현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부모님의 맞벌이가 좋다’에 대한 모둠 방식의 토론이 진행됐다. 4~5명씩 짝을 이룬 학생들은 큰 도화지에 초록색 포스트잇에는 장점을, 노란색에는 단점을 거침없이 적어 나갔다. 한 모둠이 완성되면 차례로 각자의 생각을 발표했다. 발표 중간에도 여기저기서 “종이 더 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맞벌이를 하면 돈을 많이 벌어 우리가 요구하는 책과 장난감 등을 살 수 있어 좋아요”,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보면 직업에 대한 꿈을 갖게 돼 좋아요”라는 기특한 의견도 있었고, “공부할 때 물어볼 사람이 없어요”, “혼자 있으면 두렵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요”라는 단점도 나왔다. 그러면서 수업은 행복한 가족 구성원이 되기 위한 학생들의 다짐으로 마무리됐다.
허지은양은 “학교 행사에도 못 오는 엄마, 아빠가 미웠는데 맞벌이의 힘든 점을 알게 돼 죄송하다”면서 “친구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게 돼 토론 수업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유라 교사는 “학생들이 자유로운 사고 속에 말을 많이 하게 만들어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PMI 토론의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를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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