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진정한 장애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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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외국에서 겪은 장애인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이 지인은 독일을 여행하다가 우연히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힘겹게 경사로를 오르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휠체어를 밀어 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마워 할 줄 알았던 이 장애인은 오히려 지인에게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가 화를 낸 이유는 ‘내가 혼자의 힘으로 충분히 경사로를 오를 수 있는 데, 왜? 당신이 내가 해야 할 일을 방해하느냐’며 도움 따윈 필요 없다는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지인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인정 많은 한국 사람이 베푼 선행이 자립의 의지가 강한 이방인의 생각에는 쓸데없는 간섭으로 느껴진 것이다.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필자는 나 자신을 되돌아 봤다. 두 살 때 사고로 인해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온 나는 과연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 속의 외국인처럼 의타심 없이 자립을 위해 노력했는지 반문해 보았다.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장애인보다 양보 받고 누군가 도와주기를 바랐던 일이 더 많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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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 장애인들도 과거보다는 많은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을 능가하는 성공 스토리를 쓴 훌륭한 장애인들도 우리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대인 속담 중에 ‘자식에게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다. 자식에게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줘 하루를 살도록 하기 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 평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라는 격언이다. 이는 장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동정심에서 장애인을 돕기 보다는 장애인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그 시작은 바로 장애인들에게 체육활동의 기회를 많이 열어주어 재활과 자립의지를 고취시키고, 보다 많은 일자리 제공으로 그들 스스로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을 도움의 대상이 아닌 보듬어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바라 볼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밝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

 

장호철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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