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산길을 걷거나, 낚싯대를 들고 고요한 강가에 나가 여유를 만끽한다.
각박한 사회에 자신을 돌아볼 틈조차 없는 현대인들이 언젠가는 꼭 살아보리라 꿈꾸는 세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유와 평화가 공존하는 그 이상향을 찾기란 쉽지 않다.
도보여행가인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아 펴낸 <꿈속에서라도 꼭 한번 살고 싶은 곳>(소울앤북 刊)이 나침반이 될 만 하다. 제목 그대로 ‘꿈에서만’ 존재할 것만 같은 전국 41곳의 마을을 소개한다.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 걸으면서 살펴보고 엄선한 우리나라의 청정지역들이다. ‘마음이 머무는 자리’, ‘선조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 등 총 4부로 나눠 테마별 공간을 각각 소개하고 있다.
자연을 베개 삼고 이웃을 벗 삼아 여생을 맡길 수 있을 만한 풍취와 경관을 사진과 글로 풀어놨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어떤 마을이 있는지, 가장 운치 있는 숲길은 어디인지 사진과 함께 설명해 독자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논어ㆍ사기 등 중국의 고서와 동국여지승람ㆍ동경잡기와 같은 우리나라 사적을 인용해 각 지역에 얽힌 역사적 사실들을 버무리면서 장소의 전통과 의미까지 재조명했다.
<홍길동전>의 허균이 반했다는 전라북도 부안군 우반동,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에 세상을 버리고 살 만한 곳으로 기록된 경상남도 산천군 단속사 등이다.
이 같은 방대한 기록은 신정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우리나라 강산, 옛길을 걸으며 국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발족한 ‘우리땅걷기’ 단체의 이사장이다. 선조들의 역사와 문화의 발자취를 따라 옛 것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문화사학자로서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가 다닌 산만 400여 개이며 금강ㆍ낙동강ㆍ북한 압록강 등 10대 강을 도보로 답사하는 등 우리 땅 곳곳에 숨겨진 진주 같은 명지를 발견해왔다. <가슴 설레는 걷기 여행>, <새로 쓰는 택리지> 등은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집필할 수 없는 책들로, 저자가 지금까지 발간한 책만 총 60여 권에 달한다.
작가의 머리말처럼 ‘바깥바람 쐬고 싶은’ 사람들에게 국내 여행의 지침서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값 1만8천원
권오석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