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미술관을 즐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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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해외 초등학교 미술교과서를 찾아보았더니 미술선진국들에서는 미술교과서가 없었다. 길거리에서 미술학원을 본 기억도 없다. 교과서 없는 교과목인 미술 시간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예술교육에는 왕도가 없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다양성의 실현이라고 해서 당장 우리가 따라할 수는 없다. 모든 사회 시스템은 나름 그것대로 이유가 있으니 외양만 보고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미술, 음악시간에 실기 중심의 교육은 이제 좀 바뀔 필요가 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때는 그나마 학교에 와야만 그림도 그려볼 수 있고 노래도 배울 수 있었다. 말하자면 일천한 자원 속에서 보편적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문화적 소양을 키워야 했던 시절과는 또 다른 환경에 이미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초중등학교에서 예술교육의 목표는 실기능력의 향상보다 미술이나 음악시간을 통해 창의적 발상이나 예술애호가를 만드는데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기 중심에서 감상 중심의 예술교육으로 전환되는 것이 마땅하다. 입맛은 7살 이전에 형성된다고 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취향과 눈높이의 형성도 어린 시절에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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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문턱을 낮추기 위해 대중성 있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교예술교육과 함께 미술관의 교육 또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이에 따른 제도적 해결 과제들도 산적한 실정이다. 문화예술 활성화는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와 함께 가는 법이니, 해결 방법 또한 여러 가지를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미술관에서 <게임으로 읽는 미술>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상현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가족 단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개발된 전시다. 특히 첨단미디어와의 연결을 시도하면서, 스마트미디어에 친숙한 어린이와 청소년층의 관심을 미술관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체험을 통한 미술 감상은 미술관 문턱을 낮추는 또 하나의 전략인 셈이며, 바뀐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 광범위한 시민들을 미술관의 친구들로 만들게 한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미술관은 그래서 교과서 없는 열린교육의 현장이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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