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는 “6·10 민주항쟁의 결실이 ‘직선제 개헌’이었다면 지금의 헌법 개정은 주권재민을 위한 것이고 그 핵심은 자치분권”이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개헌이 된다면 헌법 전문에다가 분권과 자치의 시대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규정이 빈약하다… 지방분권 쪽으로 가는 게 옳다”고 했다. 자치를 말하는 모든 이들이 지방분권개헌을 말하기 시작했다.
불교부단체인 수원시 염태영 시장도 그렇게 주장했다. 지난 11일 대시민 호소문에서 “지방자치와 분권은 시민의 권익을 지켜주는 안전장치”라며 “지방재정의 실질적 확충, 참된 지방자치와 분권의 실현을 위해 지방분권형 개헌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전국 단체장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몇 푼 나눠주는 게 아니라 진정한 분권 실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쯤에서 돌아봐야 할-불교부단체들엔 불편할 수도 있는- 진실이 있다. 사실 지방재정 투쟁은 6개 시만의 얘기였다. 나머지 220개 시ㆍ군ㆍ구는 관심 없었다. 심지어 ‘먹고 살만한 동네의 놀부 심보’라는 눈총까지 있었다. 언론에도 딜레마였다. ‘수원의 억울함은 보도하지만, 양평의 가난함은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었다. ‘시장 단식’, ‘시장 시위’라는 선정적 제목 밑에 잠시 그 고민을 묻어뒀을 뿐이다.
이런 때 지방분권개헌이 등장했다. 전국이 이처럼 하나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나 싶다. 경기도와 충돌하는 충청도-안희정 충남지사-가 찬성한다. 가장 부자라는 서울-박원순 서울시장-도 찬성한다. 여의도 정치의 지도자-정세균 국회의장-도 찬성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찬성하고,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가 찬성하고, 여의도 정치권이 찬성한다. 규제개혁처럼 싸우지도 않고, 재정개혁처럼 질투하지도 않는다.
길이 우연히도 이렇게 뚫렸다. 6명 시장에겐 암흑 속에 나타난 출구(出口)일 수 있다. 과감히 지방재정개악을 내려놓고 지방분권개헌을 집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게 지방분권이 없어서다. ‘다 죽는다’는 지방재정개악도 지방분권이 없어서다. ‘권한 좀 달라’는 도시계획갈등도 지방분권이 없어서다. ‘길 좀 넓혀달라’는 예산편성민원도 지방분권이 없어서다. ‘공무원 좀 더 달라’는 인사행정불만도 지방분권이 없어서다. 지방분권이면 다 해결된다. 부분(部分)에서 벗어나 전체(全體)를 보면 훤히 보이는 답이다. 그 답을 헌법에 지방분권으로 대못 치자는 것이다.
안 쫓아갈 이유가 있나.
시민의 투쟁이 벌써 3개월째다. 100만명이 서명해 정부를 찾아갔다. 1천500명이 올라가 데모도 했다. 절절한 현수막으로 길거리도 덮었다. 이들이 있어서 시장들이 싸울 수 있었다. 그랬는데 그 시민들이 지쳐간다. 더는 서명할 시민도, 더는 상경할 시민도 없어 보인다. 출근길 현수막도 장맛비로 늘어졌다. 이제 그 앞에 선 시민도 안 보인다. 지친 것이고 물린 것이다. 이쯤 되면 그만둘 때다. 새롭게 바꿀 때가 됐다.
그 바꿀 자리에 새로 붙일 구호가 바로 “완전한 지방자치, 지방분권 개헌하라”다. 염태영 시장이어도 좋고, 이재명 시장이어도 좋고, 정찬민 시장이어도 좋고, 최성 시장이어도 좋고, 채인석 시장이어도 좋고, 신계용 시장이어도 좋다. 누군가는 나서 지방재정개악 현수막을 떼어 내고 지방분권개헌 현수막을 달아야 한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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