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야 팥빙수야 싸랑해 싸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 여름이면 유난히 많이 듣게 되는 노래, 윤종신의 ‘팥빙수’다. 요즘같은 불볕더위엔 빙수 생각이 절로 난다.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서 곱게 간 얼음에 달콤한 토핑이 올라간 빙수를 한입 떠먹는 상상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빙수의 유래는 여러 학설과 추론이 있지만 가장 오래된 설로는 기원전 3000년께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또 기원전 300년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점령할 때 병사들이 더위와 피로에 지쳐 쓰러지자 높은 산에 쌓인 눈에 꿀과 과일즙 등을 넣어 먹였다는 일화도 있다.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도 베이징에서 즐겨 먹던 프로즌 밀크(frozen milk) 제조법을 베네치아로 가져가 전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요즘 우리가 먹는 팥빙수의 원형은 1950년께 일본 가고시마의 한 찻집에서 잘게 부순 얼음에 연유와 단팥, 과일을 얹어 빙수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얀 우유빙수에 박힌 단팥·건포도가 북극곰을 연상시킨다 해서 ‘시로쿠마(白熊·흰곰)’라는 이름이 붙었다.
빙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겨 먹는다. 일본의 ‘카키코오리’는 얼음 가루에 딸기, 녹차 등 다양한 맛의 시럽을 뿌린 빙수다. 중국에도 ‘바오빙’이라는 빙수가 있는데 연유, 녹두, 젤리, 땅콩 등을 얹어 먹는다. ‘아이스카창’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즐겨먹는 빙수다.
처음엔 얼음을 갈아 팥 등을 얹어먹었는데 토핑이 다양해지면서 우뭇가사리로 만든 젤리나 옥수수, 땅콩, 망고, 두리안 등도 얹는다. ‘할로할로’는 필리핀 빙수다. 얼음에다 팥이나 병아리콩, 코코넛 과육, 열대 과일의 일종인 잭푸르트, 코코넛 밀크 등을 섞어 먹는다. 인도네시아에는 코코넛 우유에 쌀가루로 만든 젤리와 얼음, 팜슈거를 넣은 ‘첸돌’이라는 빙수가 있다.
이탈리아도 빙수가 발달했다. 로마에서 인기있는 ‘그라타케카’는 갈아 낸 얼음에 다양한 색상의 시럽이 뿌려져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시칠리아에서 유래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그라니타’ 또한 빙수의 일종이다. 미국의 ‘스노콘’ 혹은 ‘스노볼’은 그라니타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바오빙이든 아이스카창이든 그라니타든 모두 팥빙수 친구들이다. 세계인들이 지역과 문화는 다르지만 무더위를 맛있게 이겨보려고 만든 빙수는 거의 닮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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