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시시때때 거꾸로 가는 시계

출행 맞춘 알람 첫 음에

발딱 몸을 일으키는데

내 어려부터 잠귀 밝다며 뒷걸음질로

샛별을 시계 삼아 새벽밥솥 불 지필 때

엄마머리칼 색 희었는지 검었는지 어릿하고

치마꼬리 당겨 허리띠 조이던 시간으로

기행 길 강변 조약돌 달군 볕

샛별 다 모은 듯 빛 부심 속으로

등성이 산 뻐꾸기 맑은 목청

옛집 태엽 가득 감은 뻐꾸기시계

시각마다 창 열고 청청한 뻐꾹 소리

소리 세며 일손 가늠하던 엄마시간으로

후딱, 희고 곱던 살빛 가뭇해진

밥알 삼킴도 알아챌 살갗 얇고 마른 목의 노구

목숨 놓도록 옥색탁상시계 시침분침 짚어

정신 줄 챙기던 엄마의 겨운 시간으로

샛별시계 뻐꾸기시계 옥색시계

이제도 내겐 시시때때 거꾸로 가는 시계.

 

김철기
1983년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창립. 시집<꿈 빛 나이테>등 11권. 전자시집, 시낭송시집 다수. 한국자유시인상, 한국문예협회문학상, 해동문학상, 경기도문학상, 탐미문학상. 한국시학상 등 다수 수상.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독서진흥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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