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영 연천 전곡 남부건널목 청원 관리원, 불우학생에 성금… 철도 건널목 지키는 ‘키다리 아저씨’

▲ 장주영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무엇을 도와줄지 묻지 않고 알아서 돕는 것이 봉사라 생각합니다.”

 

연천군 전곡 5리 남부 건널목 청원 관리원 장주영씨(60)의 첫마디가 인상적이다. 장씨가 건널목 관리원으로 일한 지 어느덧 10년이 다되어간다. 장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건널목을 지키며 조금씩 모은 돈으로 매년 5명의 청소년에게 20만 원씩 도와주고 있다.

 

장씨가 어려움에 처한 학생을 조용히 돕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장씨는 젊었을 때 싸움도 많이 하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성격 탓에 누구 밑에서 일하지 못하고 개인사업을 했다. 그러나 손을 대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했다. 

사업에 실패한 후 누구에든 지지 않으려는 성격 탓에 자신을 도와주려는 지인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철도 건널목 관리원으로 일하게 됐다.

 

처음엔 건널목 관리원의 일이 지루했지만, 매스컴을 통해 건널목 대형참사를 현장을 지켜보던 중 자신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딩동~딩동~띵 똥~ 경고음 소리와 함께 차단기가 내려가면 어김없이 장씨가 나타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건널목을 지켰다. 마음을 비우니 철도 건널목 관리원이 천직이 됐다.

 

장씨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해 연천군 축구대표로 도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요즘도 쉬는 날이면 테니스 라켓을 손에서 놓지 않을 만큼 건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씨에게 그늘이 드리웠다. 조금 있으면 정년으로 건널목 관리원을 그만두어야 할 형편이다. 장씨는 “2~3년 정도 더 일을 하면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장씨는 “고난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숨어 있는 재능을 일깨워준다. 나의 자그마한 손길이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 강해질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특히 장씨는 “살아가다 보면 많은 건널목을 만난다.

대학을 갈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지금 이 순간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건널목일 수 있다. 건널목은 빨리 건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전하게 건너는 것이 제일이다”고 강조했다.

 

오늘 하루도 철도 건널목 차단기를 사이로 오가는 시민과 차량 운전자와 눈인사를 하며 미소 짓는 장씨. 장씨의 미소에서 소박한 삶 속에 행복의 풍요로움이 묻어났다.

 

연천=정대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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