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폭염과의 전쟁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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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다. 뜨거워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미국은 ‘열돔(heat dome)’에 갇혔다. 지난달 말 미국 서부 사막 지대와 동남부에서부터 시작된 이상 고온 현상인 열돔이 미국 전역을 찜통으로 만들고 있다.

워싱턴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최고 기온이 32℃를 넘었고, 26개 주에 폭염 경보가 발동됐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선 최고 49.4도까지 치솟았다. 열돔 현상이 나타난 상당수 지역에서도 43.3도를 웃돌았다. USA를 ‘유나이티드 스웨츠(sweats·땀) 오브 아메리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의 찜통더위를 유발한 열돔 현상은 대기권 중상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오랜 기간 정체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은 기상 현상이다. 마치 열이 쌓인 모습이 돔(반구형 지붕)에 갇힌 모양이어서 열돔으로 불린다.

 

폭염은 중동·아시아·유럽 등의 대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저장성 등 동남부 해안 지역은 최고 기온이 38~40도를 오르내리고, 상하이에선 40도를 넘었다. 60년 만에 최고 더위가 찾아온 인도는 최고 기온이 50도에 달했다. 중동 지역도 살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쿠웨이트는 54도까지 올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구촌 이상 고온의 원인이 온난화와 수퍼 엘니뇨 영향 탓이라고 한다.

 

한반도 역시 세계적 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 5월 평균 기온이 18.6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폭염주의보도 작년보다 한 달 반 이상 이른 5월 20일에 발령됐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 기온이 33도 안팎을 기록하고, 밤에도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특히 8월 첫째 주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가마솥더위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가축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폭염은 소리없는 살인자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낸다. 서울 최고 기온이 38.4도를 기록했던 1994년엔 더위로 사망한 사람이 3천384명이나 됐다.

 

노인과 어린이, 만성질환자에게 폭염은 치명적이다. 폭염기간 65세 이상 노인 사망률은 평소의 2배나 된다. 냉방 혜택을 못 누리는 국내 에너지 빈곤층이 130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의 여름나기는 목숨을 건 사투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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