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정의윤(30)은 지난 26일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서 8대2로 앞선 9회초 솔로 홈런을 때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한 방이었다. 이 홈런으로 정의윤은 올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정의윤이 20홈런을 친 건 2005년 프로 데뷔 후 올해가 처음이다.
2005년 부산고 졸업 당시 정의윤은 프로야구 차세대 거포 유망주로 꼽혔다. 그러나 LG에서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 매년 2할대 타율에 머물렀고, 홈런은 한 시즌에 10개도 치지 못했다. 결국 LG는 지난해 7월 그를 SK로 트레이드했다. 정의윤은 SK에서 확 달라졌다. 지난해 SK에서 뛴 91경기에서 정의윤은 타율 0.320, 14홈런을 기록했다. 올해는 팀 내 4번 타자로 자리잡으면서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정의윤은 26일까지 92경기에서 타율 0.338, 20홈런, 74타점을 기록했다.
정의윤의 성공은 더그아웃의 깊은 신뢰에 환경 변화가 만든 간절함, 타자 친화적인 새로운 홈구장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LG에서 홈으로 쓴 잠실구장은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중앙 125m, 좌·우 100m다. 반면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은 중앙 120m, 좌우 95m로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짧다. 잠실에서는 펜스 앞에서 잡혔던 타구가 인천에서는 홈런이 되면서 정의윤의 자신감도 커졌다. 정의윤은 올해 홈에서 치른 47경기에서 11홈런을 쳤다. 잠실에서는 10경기에 나서 홈런 1개를 기록했다.
타격 폼을 바꾼 것도 성공요인 중 하나다. 정의윤은 트레이드 후 타격 준비 자세에서 손의 위치를 귀 뒤에서 가슴팍 근처로 끌어내리면서 스윙 궤적과 타격 타이밍을 가다듬었다. 타격 때 지난친 중심이동도 줄였다. 워낙 힘이 좋기 때문에 굳이 중심이동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몸의 회전만으로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정경배 타격코치의 조언에 따른 변화였다.
올해 KBO리그에서 20홈런을 채운 타자는 정의윤을 포함해 8명 뿐이다. 정의윤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생애 첫 30홈런도 가능하다. 100타점 고지도 무난히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이후 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국내 선수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대호(34·시애틀), 박병호(30·미네소타), 강정호(29·피츠버그) 포함 6명 뿐이다. SK에서 새로 태어난 정의윤이 이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성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