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집에 혼자 있다 유리그릇을 깼다. 혼날 것이 겁이 난 어린 딸은 궁리 끝에 서랍 어딘가에서 본드를 찾았다. 그리곤 열심히 깨진 유리조각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얼마 안 가 사달이 났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아직 고사리같이 여린 어린 딸의 엄지손가락을 찔렀고 피가 철철 흘렀다. 겁에 질린 딸은 그때야 아빠에게 울면서 전화했다. ‘혼내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결국, 딸은 어리석은 선택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상처 난 엄지손가락을 여덟 바늘이나 꿰맨 뒤 2주 동안 통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어른 입장에서 깨진 유리그릇은 그냥 버리면 될 것을, 순진한 어린 딸이 선택한 방법은 뻔히 들통날 법한 본드로 유리그릇을 원상복구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상황은 더 악화됐고, 엄지손가락에는 흉터가 남았다.
자신의 문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애써 감추고 변명하려 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어린 애나 어른이나 쉽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유치원생, 초등학생이 아닌데도 어리석게 처신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요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인사들은 집안 좋고 잘 배우고, 똑똑한 이른 바 금수저 고위 공직자, 재벌 등 사회 지도층. 또는 유명 연예인이다. 이들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높은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인생의 위기가 찾아왔고,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을 것이다.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느냐, 변명하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뻔뻔해지느냐. 불행히도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후자 쪽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깨진 유리그릇이 접착제로 복구가 안 되는 것처럼 뻔히 드러날 거짓말로 변명하기 급급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치명적인 상처는 면할 수도 있는데 논란의 주인공들은 매번 잘못된 선택을 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