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8일은 경기일보가 탄생한 지 2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편집국은 생일을 기념하는 창간호 준비로 분주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없기에 구체적인 것을 적을 순 없지만, 저 역시 시대를 대변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문제는, 인터뷰를 모두 끝냈는데 아직 단 한 줄도 못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취재 대상은 ‘도전하는 청춘들’과 한 번쯤 들어봄 직한 인문학계의 ‘대가’들이었습니다. 이것만 보셔도 제가 왜 기사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눈치 채셨을까요?
꿈꾸는 청춘들과의 인터뷰는 매우 유쾌했습니다. 대부분 대학 전공과 다른 길을 선택한 엉뚱한 이십 대였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3D 프린팅 교육 사업을 준비하는가 하면, 귀신파티를 기획하는 건축학도도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주저앉을 가능성이 농후한 미래를 그리고 있었지만, 두려움 대신 희망을 선택한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한순간에 깨졌습니다. 인터뷰 끝에 한 청년이 말하더군요. “청년다운 열정과 패기요?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에요. 진짜 그러면 다 망해요! 제발 그렇게 쓰지 말아주세요!”
제가 착각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분명히 행복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실패 속에 한계를 인식한 청춘은 고통을 감수한 채 자위 중이었습니다.
며칠 후 드디어 인문학자들을 만나는 날, 아픈 청춘들을 대신한 질문을 장착하고 인터뷰에 돌입했습니다. 청춘들에 감정이입한 저는 대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에 연거푸 딴지를 걸었습니다. 그래서일까. 한 교수는 “부드럽게 몰아친다”고 했고, 한 학자는 “인터뷰인지 논쟁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내공은 눈부셨습니다. 지치지 않고 저를 끝내 설득했습니다. 그들의 해법을 조금 극단적으로 요약하자면 “너나 잘해라!”였습니다. 저도 이제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궁금하신가요? 절망스러운 이 시대에 길을 찾고 싶으신가요? 이제 딱 열흘 남았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경기일보의 28주년 창간호에서 대방출하겠습니다.
류설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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