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헌재 합헌결정 이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합헌으로 결정 났다. 위헌 심판이 청구됐던 4건 모두 헌재에서 기각 또는 각하했다. 이로써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악법도 법이다. 하물며 청렴한 사회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합헌결정까지 내려진 이상 김영란법은 이제 국민을 규율하는 법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김영란 법에 대한 내용 숙지와 준법 교육 등이 사회 전반적으로 시작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번 결정 과정을 청렴 대 부패의 갈등으로 보면 안 된다. 결정 직후 인터넷에는 많은 네티즌이 환영의 글을 올렸다. 그 글의 대부분이 김영란법 찬성을 청렴 세력으로, 반대를 부패세력으로 이분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영란법의 문제점 지적을 부패세력의 밥그릇 지키기 정도로 여겼다. 자연스레 외식업계, 농ㆍ축산 업계의 우려도 부패에 기생해온 기득권의 엄살쯤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잘못된 접근이다. 대부분 지역의 상권은 관공서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공직자, 회사원 등이 상주하는 정주 여건 때문이다. 이런 상권이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3만원을 초과하는 밥값을 무조건 부패로 여기는 예단도 옳지 않다. 단체 회식, 송년회 등에서 3만원의 식주류값은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생 삼겹살에 소주, 맥주만으로도 3만원은 훌쩍 넘는다. 이게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외식업계의 걱정이 당연하다.
한우, 과일 등의 소비 위축 걱정도 허투루 들을 얘기가 아니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는 한우의 명절특수만 따지더라도 8천300억원의 기존 매출에서 4천200억원이 줄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1회 한우 소비액이 7만5천원이었는데 이게 3만원으로 줄면 6천4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외식업계, 농ㆍ축산 업계의 예상은 김영란법이 잘 적용했을 때를 가정한다. 바꿔 말하면 법이 지켜지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정부까지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입법정책협의회에 시행령 조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3개 부처의)공통된 의견”이라고 했다. 이동필 장관이 부패세력을 대변했을 리 없다. 정부 부처들이 부패세력을 위해 이의제기를 했을 리 없다. 그만큼 김영란법의 부정적 요소가 눈앞에 있다는 뜻이다. 결코, 청렴 대 부패의 대립 논리가 아니다.
김영란법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는 이제부터 해야 한다. 그 고민과 준비에 따라 김영란법의 미래도 결정될 것이다. 청렴 사회가 될 수도, 경제 침체로 갈 수도,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김영란법은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출발선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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