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때 얘기다. 당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의 많은 학생이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기울자 119에 집중 신고했다.
119 신고센터에선 이 내용을 해양사고 전담인 해경(전화 122)으로 통보했고, 해경이 다시 학생들에게 사고 내용을 물어야 했다. 이러는 사이 구조지 출동 등 초기대응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허비됐다. 당시 녹취록이 공개되자 ‘재난시 신고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신고전화 간소화 작업을 추진하게 됐다.
현재 21개에 달하는 각종 신고전화가 119(재난), 112(범죄), 110(민원 상담) 3개 번호로 통합된다. 국민안전처가 긴급 신고전화 통합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전면 가동은 10월부터 한다.
정부가 실시한 신고전화 대국민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 79.2%가 ‘긴급 상황시 신고 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79.5%가 ‘긴급 전화가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9명은 ‘번호를 줄여야 한다’(89.6%)고 답했다. 이에 국민안전처가 긴급 상황에서 국민들이 혼란 없이 신고를 하고, 관련 기관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번호 통합에 나선 것이다.
OECD 34개국 중 신고 전화를 통합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6개국 정도다. 영국(999)과 미국(911)은 긴급 신고를 1개 번호로만 운영한다. 우리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기존 신고전화인 119와 112 번호의 국민적 인지도가 높고, 갈수록 신고가 늘어나는 추세라 두 번호를 합치지 않고 모두 쓰기로 결정했다.
119와 112를 함께 사용하면 과부하를 막고,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각자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 신고전화가 가동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 바다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119로 신고하면 자동으로 소방과 해경이 정보를 공유, 신고자 위치를 파악하고 신속히 구조에 나서게 된다.
각종 민원 서비스도 더 편리해진다. 수도(121), 전기(123), 불량 식품(1399) 등 연간 200만건에 달하는 민원 상담은 110에서 통합 처리한다. 정부는 신고전화 통합으로 연간 3천억원의 경제효과가 날 것으로 추산했다.
좀 늦긴 했지만 신고전화를 통합한 건 잘 한 일이다. 긴급 전화가 보다 유용하게 활용되려면 장난전화를 삼가는 등 시민의식도 높아져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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