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후 5시 54분.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 입구에는 K5 승용차가 1차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승용차 안에는 1박 2일간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상경길에 오른 20대 여성 4명이 타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마련해 갔던 모처럼의 여행이었다. 귀경차량이 많이 몰리는 시각이라 앞선 차들은 서행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관광버스 1대가 시속 91㎞의 속도로 돌진하듯 달려오더니 K5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승용차에 타고 있던 여성 4명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K5 승용차를 들이받은 버스는 앞선 승용차 4대를 더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6중 추돌사고로 봉평터널은 아수라장이 됐고, 다른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등 37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이었다. 전날 버스에서 쪽잠을 잔 관광버스 운전자는 사고 당일 강릉과 삼척 등지를 운행해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졸음운전은 방심하는 순간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운전자 자신은 물론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행복을 빼앗는 비극이자 중대한 범죄행위다.
졸음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2천512건에서 2014년 2천426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천701건으로 다시 늘었다. 사망자는 2013년 121명, 2014년 130명, 지난해 10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모두 359명, 연평균 120명이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휴가 차량이 몰리는 7~8월은 졸음운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휴가길 대부분이 장거리 운전인데다 교통체증이 겹쳐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2015년 3년간 월별 졸음운전 사고는 7월이 741건으로 가장 많았고, 8월이 718건으로 2위였다.
특히 휴가 차량이 주로 이용하는 고속도로 졸음운전은 더 위험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의 치사율은 14.1%로, 졸음운전 사고 7건당 1건꼴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속 100㎞로 달리면 눈 한 번 깜빡하는 시간(0.075초)에 차가 2m 움직인다. 1초만 졸음운전해도 차가 28m, 2초면 56m를 달리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이 높다.
졸음은 생리 현상인 만큼 운전자의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없다. 졸리면 쉼터에서 충분히 쉬었다 가는 게 가장 좋은 안전 운전 방법이다. ‘충분히 자고, 주기적으로 쉬고, 자주 환기하라’는 권고를 흘려 들어선 안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