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갈비의 명소 ‘본집 갈비’의 가격이다. 한우 생 갈비가 5만5천원이다. 한우 양념 갈비는 4만2천원이다. 한우 꽃등심은 4만9천원이다. ‘왕갈비’라고 이름 붙여진 수입 소고기는 이보다 싸다. 왕생갈비(미국산)가 3만8천원, 왕양념갈비(미국산)가 3만4천원이다. 가족 단위 손님 또는 단체 회식에서 많이 찾는 메뉴로 불고기가 있다. 1만5천원으로 저렴한데 미국산 소고기다. 한우 갈비 5만원 전후, 수입 갈비 3만원 전후-수원 갈빗집마다 얼추 비슷하다. ▶김영란법의 경계가 공교롭게 이 가격대에 걸쳐 있다. 법은 3만원 이상의 식사비를 처벌한다. 시중 갈빗집들이 김영란법 자구책에 나섰다. 가급적 3만원 이하로 맞춘 메뉴를 개발 중이다. 수입 소고기의 경우 3만원대로의 하향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우는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도매가격이 비싸다. 결국, 3만원 이하의 수입 소고기와 3만원 이상의 국산 소고기로 나뉠 전망이다. 여기에 김영란법을 대입하면 수입 소고기는 합법, 국내 소고기는 불법이 된다. ▶‘자기 돈으로 사먹으면 되지 않느냐.’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다. 모 언론이 서울 주요 지역 식당가의 법인카드 매출 비중을 조사했다. 이태원 모 와인바는 하루 매출의 70%가 법인카드였다. 청담동 모 레스토랑은 저녁 손님의 90%가 법인카드였다. 수원의 유명 갈빗집도 사정은 같다. 전체 매출에서 법인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특히 5만원대 한우 갈비의 소비층은 70~80% 이상이 법인카드 사용자다. 이 매출의 상당 부분이 3만원대 수입 갈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한우 농가의 피해는 일찍부터 얘기돼 왔다. 전국한우협회가 밝힌 2014년 한우 연간 생산액은 4조255억원이다. 이 중 음식점에서 소비되는 소고기는 40%인 1조6천억원이다. 여기에 3만원이라는 제한을 가할 경우 6천400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결국, 그 빈자리로 값싼 수입 소고기가 파고들 것이 뻔하다. 김영란법이 소고기 시장에 미치는 엉뚱한 풍선 효과다. ▶수원은 더 걱정이다. 수원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갈비, 순대, 통닭이다. 순대와 통닭은 저렴한 가격대다. 갈비는 고가(高價)다. 갈비 소비층이 준다고 순대와 통닭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수원 갈비 소비 감소는 그대로 수원 지역 경제 위축으로 연결된다.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지만 비싼 한우에는 대책도 없다. 결국, 한국 국민 청렴하게 만들려다 미국 농민 살찌우는 격인데…. 법을 만들 때 예상하지 못 했을까.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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