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여기저기 ‘8월은 주민세 납부의 달’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8월 16일부터 31일까지가 납부 기한이다. 그런데 올해 개인균등분 주민세가 100%이상 인상됐다. 도내 31개 시ㆍ군중 25개 시ㆍ군이 4천원 또는 5천원에서 1만원으로 올랐다. 고양시와 평택시 등 5개 시·군도 내년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성남시는 현행 4천원을 유지할 방침이다.
수원시는 4천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다. 수원시는 주민세 인상이 2000년 이후 16년 만이라고 강조한다. 용인시도 현행 4천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다. 용인시는 1999년 이후 17년 만의 인상이라고 한다.
이들 지자체는 “전국적인 주민세 현실화 추세와 최근 급증하는 복지 수요를 따르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상을 결정했다”면서 “증가하는 세수는 시민의 복지증진과 주민자치 활성화 등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쓰겠다”고 똑같이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주민세는 재산이나 소득과 무관하게 관내 주소를 둔 세대주라면 매년 한 차례씩 내야 하는 세금이다. 지방자치단체가 1만원 안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그동안 올리지 않았다. 그러다 행정자치부의 세율 현실화 권고와 물가상승 등의 여건 변화를 고려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16년 만이든, 17년 만이든 별 관심 없다. 주민세가 인상되면 주민세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지방교육세도 인상되니 부담스러울 뿐이다. 수원시의 경우 지방교육세 포함 5천원 내던 주민세를 1만2천500원 내야 한다.
이번 인상은 행자부가 전국 지자체에 주민세 인상을 압박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행자부는 주민세가 1만원 미만인 지자체에 지원금(보통교부세)과 국고보조금 지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까지 내놓으며 지자체들의 목을 졸랐다.
정부와 지자체간 불합리한 세수 구조를 개선할 생각은 않고 각종 패널티를 꺼내들며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시민에게 전가시키는 행태가 어이없다. 자치단체별 상황에 맞는 자율 인상이 아니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방세수를 올리는 것은 지방자치 20년이 넘은 우리 수준이 어떤지 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행자부는 자동차세 인상 방침도 정하고 각 지자체들에 통보했다. 경기가 나빠 가뜩이나 살림이 빠듯한 서민들은 정부의 꼼수에 짜증 난다. ‘시민이 봉이다’라는 탄식이 폭염에 더 덥게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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