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천 2호선 고장철, 부디 액땜이길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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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마성(道高魔盛) 도력이 높아질수록 마귀가 들끓는다는 의미로 좋은 일 반대 편에서는 시기하는 네거티브 에너지가 항상 있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가벼운 고난을 미리 겪어 앞으로 당할 큰 액운을 막아준다는 소위 액(厄)땜을 민간 신앙처럼 믿어왔다. 액(厄)이란 재앙을 뜻하며 사람을 해치고 방해하는 악한 기운을 말한다.

 

이사 가는 집 대문에 소뚜레를 걸어두면 사람이 아닌 소가 사는 집인 줄 알고 나쁜 귀신이 돌아간다. 동지팥죽을 끓여 집 안팎에 뿌리면 팥죽을 무서워하는 귀신이 도망간다. 명태포에 명주실을 감아 달아 놓으면 24시간 눈을 뜨는 명태가 밤낮없이 액운을 감시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액땜 방법들이다.

 

지난달 30일 개통한 인천지하철 2호선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개통 일주일 만에 9번이나 고장을 일으켜 시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단전과 출력 부족 등에 따른 전동차 정지 4번, 관제소의 전동차 제어불능 4번, 출입문 고장이 1번 등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은 물론 전국의 지하철 개통 초기 사고 횟수로는 가장 빈번한 수준이다. 지난 7일 밤에는 전동차 탈선 소동까지 빚어졌다. 인천교통공사 측은 실제 전동차 탈선 상황에 대비해 예고 없이 불시에 훈련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광호 인천교통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시청 기자실까지 찾아와 설명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교통공사 직원과 시청 공무원들조차 이 사장의 해명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고장철’에 이어 ‘불신철’이라는 오명을 하나 더 보탠 셈이다.

 

유정복 시장이 일본 출장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해 새벽 점검까지 직접 나서 철저한 정비점검을 지시했지만 불신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2호선은 하루 8~10만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불안감이 현실로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현재로서는 많은 사고 수 만큼 완벽한 액땜이 되기를 바랄 뿐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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