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교육 차별, 귀족 대안학교] 1. 그들만의 리그

연간 학비만 수천만원 출발선부터 다른 경쟁

대한민국 청년들 사이에서 ‘흙수저’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제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결국, 없는 집안의 자식은 ‘금수저’(있는 집안의 자식)를 이길 수 없다는 피해의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지불하며, 외국어 수업은 물론 최고급 시설을 갖춘 학교에서 일반 학생들과는 출발선이 전혀 다른 경쟁을 펼치는 교육의 또다른 ‘금수저’들이 있다. 

법의 간섭을 피해 그들만의 리그에 나서는 ‘귀족 대안학교’의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학교가 가져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연간 학비 4천500만 원.’ 전문 법과대학원(로스쿨)의 등록금이 아니다. 이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대안학교의 교육비다.

 

10일 경기도교육청이 파악하고 있는 대안학교 현황에 따르면 경기지역에는 현재 125곳의 대안학교가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법적 효력을 가지며 학력을 인정받는 인가 대안학교는 7곳인 반면 사실상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미인가 대안학교는 118곳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미인가 대안학교는 자발적과 비자발적으로 구분된다. 비자발적 미인가 학교는 ‘초ㆍ중등교육법’에 의거한 교실이나 운동장 등 시설이나 교원, 교육과정 등의 최소한의 기준을 총족하지 못해 교육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상가건물의 한켠을 임대해 사설학원처럼 운영되는 영세 학교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자발적 미인가 대안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종교교육이라든지 외국어 특화 교육과정을 통한 국내 또는 해외 명문대 진학을 목적으로, 교육청이 정한 수업료나 커리큘럼을 간섭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인가 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귀족 학교’ 논란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미인가 대안학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귀족 학교에 대한 취재결과, A학교는 수업료 1천400만 원, 급식비 120만 원, 기숙사(선택) 700만 원 등 연간 학비만 2천3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입학금(600만 원 가량)과 학교발전기금(500만 원), 기타 비용 등을 합치면 학교에 들어가는 비용이 4천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또 이 학교는 ‘체력훈련 1인1기, 수련&예술교육 1인1악기’의 특별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승마와 골프, 수영 및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의 소위 ‘귀족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B학교도 실정은 비슷하다. 수업료와 급식비, 기숙사비를 합쳐 월 200만 원 이상의 교육비에다 수백만원대의 학교발전기금을 받고 있다. 또 수업에 필요한 기타 비용과 해외체험학습 명목으로 체류비 등을 별도로 하면서 연간 3천만 원 가까운 교육비를 받고 있다. 

유치원 과정으로 연간 1천500만 원대의 교육비를 받는 대안학교도 있다. C학교는 유치원 과정을 운영하면서 월 100만 원의 수업료와 발전기금(200만 원 상당), 별도의 과외 학습비를 포함한 교육비를 책정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자발적 미인가 대안학교가 학생들을 상대로 고액의 ‘특별한 교육’을 실시하면서 일반 서민과 학생들에게는 감히 꿈조차 꾸지 못하는 ‘가진자들만의 학교’가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제실천연합회 사회정책팀장은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대안학교나 특목고, 공교육 등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할 때도 경제적인 부담의 격차가 과도하게 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이 자체가 (학생들을)서열화하고 계급화의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규태ㆍ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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