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안병근은 ‘간장 장수 아들’로 더 유명하다. 1984년 LA 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을 땄다. 언론을 통해 그의 사연이 알려졌다. 대구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님은 간장 장수였다. 어머니가 안 계셔서 누님이 뒷바라지를 했다. 돈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힘을 쓰려면 라면으로 안 되니 꽁보리밥이라도 밥을 먹어라.” ‘간장 장수 아들’의 금메달은 그렇게 온 국민을 울렸다. ▶그 시절엔 그랬다. 시상대 위 선수 얼굴로 태극기가 오버랩 된다. 선수 눈에선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진다. 가난했던 지난 시절 얘기가 소개된다. 온 국민이 함께 울고 가슴을 저민다. 이러다 보니 왜곡된 ‘가난’이 빚어낸 해프닝도 있다.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 임춘애다. “라면만 먹고 운동했다. 우유 먹는 친구가 부러웠다”는 인터뷰였다. 이 얘기로 그는 ‘라면만 먹고 뛴 임춘애’가 됐다. 훗날 이 인터뷰는 코치의 것이었고, 우유는 체질에 맞지 않아 못 먹은 것이었고, 그토록 가난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억지로 금메달과 눈물을 버무리려 했던 언론이 만들어낸 오보다. ▶한 세대쯤 흐른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유도 정보경 선수가 은메달을 땄다. 경기 직후 눈물을 쏟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시상대 위에선 환하게 웃었다. 이후 남들까지 웃게 만들었다. ‘꿈이 대통령이냐’고 기자가 물었다. ‘메달을 땄으니 대통령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다음 목표로 ‘건물주가 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기자들이 연신 폭소를 터뜨렸다. 이런 유머와 솔직함, 밝음이 그를 이번 올림픽 최고 스타로 만들었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장혜진도 그랬다. 국내 선발전에서 고생도 많았다. 울만 했다. 하지만, 그는 밝았다. 자기의 장점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음~배짱?’이라며 애교를 보였다. 158㎝의 작은 키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되레 ‘짱콩’(최고 땅콩)이라는 글귀를 옷에 새겨 넣고 다녔다. 시상대에서 약간의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그는 늘 명랑하고 당당했다. 그를 보는 국민도 덩달아 밝아진다. ▶물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선수들의 눈물은 여전히 감동의 매개체다. 최고령 출전의 주인공 오영란 골키퍼(44ㆍ여자 핸드볼)의 마지막 눈물이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다친 팔로 동메달을 딴 뒤 태극기에 엎드려 흘린 김현우(레슬링)의 눈물이 모두를 숙연케 했다. 그럼에도, 세월은 흘렀고, 세대는 변했다. 눈물보다는 웃음이, 동정보다는 당당함이, 비장함보다는 명랑함이 가득한 올림픽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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