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저질 급식

김규태 사회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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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군입대 문제만큼 논란의 소지가 큰 이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을 꼽자면, 먹거리 문제가 아닐까 싶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1989년 당시 국내 라면 업계 부동의 1위였던 삼양라면은 공업용 쇠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제보에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기업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고 경쟁사인 N사에 라면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됐다. 좀 더 최근 사례를 보면 2004년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쓰레기 만두 파동이 있다. 

당시 ‘1천원 만두’는 국민 간식거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찰나여서 그 파장은 더욱 컸다. 만두 소를 납품하던 업체들은 줄도산을 피하지 못했고, 한 업체 사장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또한 수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문제가 없음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가장 최근에는 백수오 사태를 예를 들면 비슷한 성분으로 알려진 이엽우피소가 일부 함유된 것이 문제로, 건강기능식품계에 큰 타격을 안겨 주고 말았다.

 

▶“먹을거리로 장난을 치는 놈은 3대를 멸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근데 더 나쁜 것은 우리의 미래이자,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급식 장난이다. ‘국 1, 반찬1’도 터무니없는 얘기지만 자신의 영리를 위해 kg당 650원짜리 딸기를 1만1천원으로, 2천300원인 땅콩을 2만3천630원으로 부풀리고, 이를 눈 감아 주는 대가로 1회에 100만원이 넘는 피부 마사지 비용을 대납 받은 영양사들은, 자신들이 ‘저질 카테고리’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일부 학교의 학생들이 급식의 질이 낮아 먹을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따른 저질 급식이었다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1차적으로 공론화됐다면, 이제는 ‘저질이 없는’ 무(無)상급식이 되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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