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물놀이를 하다 익사한 사고가 잇따랐다. 강과 계곡, 해수욕장, 수영장을 가리지 않고 사고가 났고, 특히 수영을 제대로 못하는 어린이 사고가 많았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익사사망률은 10만명당 3.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다. 이에 ‘생존 수영’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생 대상 생존 수영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영 실기 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8학년에는 3~6학년생 전체가 생존 수영을 배우도록 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3~4학년생부터 교육할 계획이었지만 수영장이 부족해 10명 중 6명은 실습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교내에 수영장을 갖춘 학교는 전국에 76곳(2015년 기준)뿐이다. 전체 5천913개 초등학교의 1.3% 수준이다. 76곳 중 39곳은 서울에 있어 지방 학교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수영장이 없는 학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수영장이나 백화점·스포츠센터 등의 사설 수영장을 빌려 쓰라는 것이 교육당국의 방침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버스를 빌려 학생들을 태우고 수영장에 다녀오려면 1시간 수업하는데 2~3시간씩 걸린다. 수영은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효과가 있는데 수영장을 못 구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경우도 있다. 효과적인 수영 교육이 이뤄지려면 시설 확보가 급선무다.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어린이 수영 수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물에 빠지더라도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자기 구조법’이나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는 ‘기본 구조법’ 등을 배우게 한다. 일본은 1955년 시운마루호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 168명이 숨진 뒤 모든 초등학교에서 수영 수업을 시작했고, 현재 초등학교 90%가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영국도 초등학교 전 학년에게 수영을 가르쳐 최소 25m는 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스웨덴은 옷을 입은 채로 일정한 거리를 수영하는 생존 수영 능력을 테스트한다.
우리나라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생존 수영 교육을 강화키로 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우선 2018학년도까지 수영장이 없는 지역 18곳에 수영장 겸 체육관을 건립할 계획이라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의 공공·민간 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민간에서라도 수영장을 많이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 생존 수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정부 뒷받침이 절대적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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