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청소년기 직업체험, 뭣이 중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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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얼마 전 영화 ‘곡성’에서 귀신에 빙의된 주인공의 딸아이가 내뱉은 대사 한마디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광고에서도 반복해서 사용되면서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가 되었다.

 

혹자는 영화의 대사 한 마디가 이처럼 이슈가 되는 현상을 그저 재미로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무엇이 중요한지 너는 모르고 있다”는 그 한 마디가 우리 사회를 꿰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한 마디 대사에서 현실을 대변하는 무언가를 느꼈기에 유행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시험없이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중에서도 직업체험을 통해 진로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진로탐색활동은 청소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에 대해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가 한 학기 동안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맞는 체험처를 찾기가 힘들다고 하고, 체험처에서는 학생들에게 직장을 자주 개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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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청소년이 여러 가지 직업을 체험해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한 후 진학 목표를 설정한다면 최소한 대학에 가서 자기가 원했던 공부가 아니라고 후회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돼 다시 전문대학에 가는 ‘유턴입학’ 같은 사회적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이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더 높다. 부모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이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사는’ 아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체험활동을 응원해줘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사회적 공헌을 하면서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정책으로 받아들인다면 부담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뭣이 중헌지’는 개인과 조직의 입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꿈이 있는 청소년을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꿈이 있는 청소년 육성이 바로 우리 사회의 희망이며 미래이기 때문이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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