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꽤 장기간 계속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피로가 역력하다. ‘이제 그만’ 이란 단어가 저절로 나오게 한다. 풍성한 한가위를 떠올릴 여유조차 없는 형국이다.
폭염의 역풍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 손꼽을 만한 것이 바로 ‘재래시장’ 한파다.
해마다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재래시장은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우리네들이 즐겨찾는 삶의 터전인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풍성한 먹거리를 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올 초 한국물가정보가 조사한 차례상 비용을 살펴보자.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줄잡아 20% 가량 비용이 저렴했다. 4인 가족 기준, 사과와 쇠고기 등 30여 개 품목으로 차례상을 준비했을 때 비용은 재래시장이 22만4천 원이다. 하지만 할인마트는 이보다 5만7천 원 비싼, 28만1천 원이 소요됐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올 추석 차례상 비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시장은 또 다른 인정이 넘쳐난다. 몇 천원어치 콩나물을 달라 하면 한 주먹 더 얹어주는 넉넉함이 있다. 행여 지나다 지인을 만날 테면 막걸리 한 사발도 제격이다. 왁자지껄 흥정소리도 정겹다. 때문에 시장은 항상 생동감 충만한 삶의 터전이다.
이런 시장이 폭염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단골층마저 에어컨 펑펑 터지는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백화점업계 1위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달 25일부터 7일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4.1% 늘었다. 이마트 매출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대형 복합쇼핑몰 특수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롯데월드몰 방문객수는 11만 명 정도로 전년 동기 대비 7천 명이 더 늘었다. 코엑스몰 방문객 수도 16% 가량, 매출도 12% 정도나 증가했다.
씁쓸한 단면이다.
추석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그래도 추석은 생각만 해도 좋고 머나먼 고향길도 항상 즐겁다. 그동안 못가 본 재래시장도 한번 둘러보고 푸짐한 선물도 한 아름 구입해 보자.
김동수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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