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검정고시 보고 또 보고 내신성적 올리기 수단 변질

도내 전체 응시자 중 12.7%
합격자 신분서 재시험 치러

학력 인정을 받기 위해 치러지는 고졸 검정고시가 대학 입시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응시생 중 상당수가 더 나은 내신을 받기 위해 합격자 신분에서 재시험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치른 고졸 검정고시 지원자는 5천513명으로, 이 가운데 4천554명이 응시해 3천601명이 합격했다. 그러나 지원자 중 697명, 응시자 중 581명, 합격자 중 578명이 이미 검정고시에 합격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시자 중 12.7%가 검정고시에 합격했음에도 다시 시험에 응한 셈이다.

 

고졸 검정시험은 국어ㆍ영어ㆍ수학ㆍ사회ㆍ과학ㆍ한국사 등 필수 6과목과 선택 1과목(음악, 미술, 체육, 기술 등) 등 7개 과목으로 시험을 치러 평균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이다. 이렇다 보니 고교 3년 전체 학년의 성적을 일정 비율로 반영하는 것보다 검정고시를 치르는 것이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을 받는데 유리한 실정이다. 

이번 고졸 검정고시에서 경기지역 전 과목 만점자 9명 중 10대가 6명을 차지한 것도 이같은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나이가 어린 응시자일수록 재시험의 기회를 많이 갖게 되고, 그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신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L씨(50ㆍ여)는 “검정고시가 대학 진학 때 좋은 내신등급을 받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면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공정한 경쟁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기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원지역 A고교 교사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학업 활동을 통해 내신을 얻는 것보다 검정고시를 통해 내신을 받기가 수월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학교 수업은 성적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인간관계와 인성, 사회성 등 전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정고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한 학력 인정 과정이지, 대학 진학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검정고시의 근본 취지는 개개인의 사정으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학력을 인정받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라며 “대학 진학을 위해 여러 차례 재시험을 치러 더 나은 내신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검정고시가 활용된다면 이는 재고돼야 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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