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성녀(聖女)’ 테레사 수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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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근 동안 에티오피아의 알라마타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었습니다. 수녀님이 오셨을 때 마실 물조차 부족했지요. (중략) 점심시간이 되어 모두 물을 한 잔씩 마셨습니다. 하지만 수녀님은 드시지 않았습니다. 몹시 더운 날이어서 다들 목이 마른 상태였어요. 한데 수녀님은 당신 몫의 물을 어느 죽어가는 여인에게 건네셨습니다.”(책 ‘먼저 먹이라’ 중에서)

 

평생 굶주린 사람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눠주고 가난한 이들을 끌어안았던 마더 테레사 수녀(1910~1997)의 일화다. 테레사 수녀는 검은 수녀복 대신 인도에서 가장 가난하고 미천한 여성들이 입는 흰색 사리를 입고 가난 속에서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사람들, 버려진 아이들, 노인들을 위해 헌신해 ‘빈자(貧者)의 성녀’로 추앙받았다.

 

4일 바티칸 성베드로성당에선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마더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이 열렸다. 가톨릭 교회가 공식 인정하는 ‘성녀(聖女)’가 된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 성인으로 추대되려면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을 인정받아야 한다. 교황청은 테레사 수녀 타계 1주년 특별 기도회에 참석했던 30대 인도 여성 암환자의 종양이 모두 사라진 것을 첫 번째 기적으로 인정했고, 다발성 뇌종양을 앓던 브라질 남성이 2008년 테레사 수녀에게 기도한 뒤 완치된 것을 테레사 수녀의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해 올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인 추대를 결정했다.

 

마더 테레사는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나 만 19세 때인 1929년 인도 콜카타(옛 캘커타)로 파견돼 ‘사랑의선교회’를 설립하고 평생 가난한 이를 위해 헌신했다. 사후 만 20년이 안 된 상태에서 시성이 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만큼 테레사 수녀의 삶이 현대 가톨릭에 던진 울림이 크다는 얘기다.

 

테레사 수녀는 생전에 자주 강조했다 “세상에서 최악의 질병은 암도 에이즈도 아닙니다. 최악의 질병은 외로움일 것입니다”라고. 그는 또 ‘지금’ ‘눈앞의 한 사람’에 집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은 내일이면 이미 죽은 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한 조각의 빵과 한 잔의 차가 필요한 것은 오늘입니다”라며.

 

자신의 몸을 가장 낮은 데로 낮추어 인류애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 사람, 종교에 헌신한 사람조차도 좀처럼 해내기 어려운 끊임없는 자기희생으로 각박한 현대 인류사에 빛나는 사랑을 보여주었던 그 사람. 그래서 우리는 마더 테레사를 ‘성녀’라고 부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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