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폭염으로 당도가 더 꽉 찬 DMZ(비무장지대) 사과 맛보세요.”
5일 북한 인공기가 선명하게 보이는 서부전선 최북단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새벽 4시쯤이 되자 파주장단삼백농장 문효배 대표(59)가 늦여름 풀벌레들의 지져대는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DMZ 사과를 수확하기 위해서다. DMZ 사과는 올여름 극심한 폭염을 극복하고 병충해 없이 곱게 자라 출하를 앞두고 있다.
문 대표는 추석 출하에 대비해 1만 3천200여㎡의 과수원에 중생종 자홍 700그루를 심었다. 만생종인 후지 700그루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오는 11월 출하 예정이다. DMZ 사과는 사전 주문입찰을 따낸 농협하나로마트에 전량 납품되는데 납품 독촉이 심해 이른 시간에 서둘러 과수원으로 나왔다.
과수원에 도착한 문 대표는 빨갛게 익은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를 잠시 지켜보다 시간이 촉박한 듯 서둘러 수확에 나섰다. 빨갛게 익은 사과를 조심스럽게 따 바구니에 담는 문 대표는 “가꿀 때는 힘들지만 수확할 때면 자식을 또 하나 얻는 것 같은 큰 기쁨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문 대표는 지난 1973년 아버지를 따라 DMZ 통일촌으로 들어왔다. 그동안 농사가 좋아 파주쌀, 개성인삼 등을 재배하고 파주장단콩연구회장 등도 맡았다. 그런 문 대표가 DMZ 사과에 몰두한 것은 5년 전 사과연구회 부회장을 맡으면서다. 당시만 해도 파주사과는 잘 알려지지 않아 헐값(?)에 팔리기 일쑤였다. 문 대표는 이래서는 농가 소득 창출은커녕 아무것도 안된다는 생각에 파주사과만의 특징을 담은 고유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당시 DMZ 내 통일촌에는 사과 재배 농가가 14곳(13만 8천800여㎡)에서 160t을 작황하고 있었다. 문 대표는 이들 사과 재배 농가와 수차례 의견을 나눴으며, 파주시 농업기술센터의 적극적인 도움도 받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서부전선 최북단 무공해 청정 사과인 ‘DMZ 사과’가 탄생했다.
‘DMZ 사과’ 브랜드를 달고 처음 출하했을 때 시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DMZ 내 토질이 독특한 마사토여서 배수가 잘돼 사과나무가 잘 자라고 과실이 풍부했으며, 비무장지대 만의 종잡을 수 없는 일교차도 당도 유지에 크게 한몫했다. DMZ 사과 당도는 평균 17∼19브릭스로 일반 사과당도 13~14브릭스보다 높다. 이렇다 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 매년 대형유통센터 관계자들이 입도선매하려고 줄을 잇는다.
문 대표 등 통일촌 DMZ 사과농가는 1차 출하를 마치는 대로 2016 무료 사과 따기 체험행사를 개최한다. 일반인에게 DMZ 사과를 좀 더 친숙한 브랜드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DMZ 사과를 더 많이 보급해 사과 농가 소득은 물론 파주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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