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쌀, 밀, 보리 등을 찐 후 물, 누룩을 넣어 발효과정을 거친 우리 고유의 술이다. ‘술’의 어원인 ‘수불’이라는 말 또한 막걸리의 발효과정에서 나온 말로, 효모가 알코올을 만들어내며 끓어오르는 것을 “물(水)에서 불이 난다”고 하여 생겨났다.
‘막걸리’는 발효 후 위쪽의 맑은 약주를 떠내고 아래쪽에 남아있는 술지게미에 물을 부어가며 체로 막, 마구, 대충 걸러내어 만든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바로 방금 걸러서 마시는 신선한 술이라는 의미라고도 한다. 흐리고 탁해서 탁주(濁酒), 농사철에 빼놓을 수 없어서 농주(農酒), 빛깔이 하얘서 백주(白酒), 집집마다 담가서 가주(家酒) 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으며 오천년 역사와 함께해 왔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역사와 문화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일제 강점기에서는 가양주 제조금지, 주세법 시행 등의 시련을 맞는다. 해방 이후에도 양곡관리법에 의해 쌀을 이용한 술 제조가 전면 금지되었고,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맥주와 양주의 소비가 급증하여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막걸리 보호차원에서 1990년대 초반, 주세가 대폭 낮아졌으며 영리목적이 아닐 경우 자가 양조가 합법화되었지만 일제시대와 현대 근대기를 거치는 약 90여 년간의 공백은 너무 길었다.
몸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게 바로 막걸리다. 단백질, 탄수화물, 당질, 콜린, 식이섬유, 비타민B, 유산균 등과 암의 발생이나 증식을 억제하는 파네졸과 스쿠알렌이 들어있다는 사실 또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시대, 정책, 유행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했지만 여전히 우수한 술, 막걸리. 최근 정부와 업계가 막걸리 세계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음은 다행이다.
업계에서는 젊은 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맛과 디자인, RTD(Ready To Drink) 스타일의 저도주 개발 등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막걸리협회(회장 박성기)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으로 도쿄 신주쿠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홍보와 시음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하며 일본술인 사케(홍보대사 : 전 일본 축구국가대표 나카타)에 맞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막걸리는 그간 서민술의 이미지가 짙었다. 우리쌀로 제조해야 하고, 우리부터 막걸리의 우수함과 전통 명품주로 인정해야 새롭게 비상할 수 있다. 최근 소비가 더디어진 쌀 소비촉진에도 막걸리가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윤인필 경기농림진흥재단 친환경급식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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