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당신은 명절 앓이 중?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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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이다. 올여름 최악의 무더위도 견뎠는데, 최근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소화도 안 되고, 목에 뭔가 걸린 것 같다고도 한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도 한다. 여러 증상을 하소연하면서도 꼬집어 설명하지는 못한다. 딱히 병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매년 정기적으로 겪는 일이다 보니 만성병인가 하는 걱정도 든다고 한다. 명절증후군이다. 

▶명절증후군을 여자만 앓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앓지만, 증상이 다른 것뿐이다. 주부들은 명절 때면 준비할 것도 많은데 시댁에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남편의 얼굴만 봐도 울화가 치민다고 한다. 시댁에 가서도 여자들은 온종일 부엌에서 동동거리는데 남자들은 술 마시고 고스톱 치는 게 전부처럼 보이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명절을 지낸 후에는 손목 통증에다 두통, 요통까지 온갖 통증에 시달린다. 심하면 몸살로 앓아눕기까지 한다. 

▶남편이라고 편한 것만은 아니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난다는 것은 좋지만, 명절 때면 극도로 날카로워진 아내의 비위를 맞추는 게 영 피곤한 게 아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아내와의 다툼이 잦다 보면 자신도 기분이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명절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와의 냉전 상태가 계속되니 명절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명절 후 이혼율이 급증했다는 보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즐거운 날이어야 할 명절이 가족 구성원들에겐 스트레스만 주는 날이 됐다. 그렇다고 명절을 없앨 수도 없는 일. 모두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안 주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얼른 짝 찾아야지’, ‘졸업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집에 있니?’, ‘올해 고 3이지’, ‘집은 샀어?’ 등등 위로라고 던지는 말들이 당사자에겐 스트레스라는 것도 명심하자. 특히 명절 때 모든 일의 부담이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현실이 명절증후군을 키우는 만큼 적극적으로 일을 나누어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자가 편해야 집안이 편안하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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