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외국인을 맞이하거나 해외를 방문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특히 요즘 K-POP 열풍이 불면서 외국에서 ‘Korea’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음도 실감한다. 그러나 아이돌의 춤과 노래 외에 ‘한국’의 정체성을 알리는 문화가 우리에게 있었던가?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인식하는 아이콘은 과연 무엇인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때 그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와 예술이 없이는 진정한 위치를 점유할 수 없음을 우리는 세계사를 통해 학습해 왔다.
한국 대표 문화아이콘 전통(傳統) 도자기(陶瓷器)
우리의 미적 감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대표적 유산이 바로 ‘도자기’이다. 한국은 이미 9세기에 자기를 생산했고 12세기에 상감청자를 만들어낸 민족이다. 물론 중국보다는 5세기 가량 늦었지만, 당시 도자문화만큼은 세계를 선도했음이 분명하다. 지금으로 치면 그때의 도자문화는 핵무기 개발이나 우주항공 개발만큼이나 최첨단 과학이었기에 일본이 16세기 전후로 한국의 자기문화에 그리도 탐을 냈었고, 서구 유럽 또한 17세기나 돼서야 겨우 자기를 만들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다.
꺼져 가는 한국 도자문화의 불꽃을 되살린 ‘2001 경기세계도자기엑스포’
근·현대에 와서 세계는 동양의 ‘도자기’ 하면 먼저 ‘중국’을 떠올렸다. 그 다음은 ‘일본’. ‘한국’은 도예계에서 그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경기도가 야심차게 추진한 ‘2001 경기세계도자기엑스포’는 세계 도자계를 넘어 문화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도자’라는 단일 장르를 갖고 이천, 여주, 광주의 드넓은 대지에 세계의 도자문화를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많은 외국인들이 ‘한 번의 이벤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세계도자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두 번, 세 번, 회를 거듭하면서 세계 도예계는 한국의 도자문화를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세계도자의 헤게모니는 자연스럽게 일본이 아닌, ‘한국’이 장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도자문화의 트렌드와 흐름을 견인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조선 말의 ‘분원’이 민영화되고 사라진 이후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일을 ‘대한민국’이 아닌, ‘경기도’가 해낸 것이다. 경기도가 진정한 선도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아홉 번째 비엔날레를 맞는다. 전통 문화의 아이콘인 도자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표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성재 한국도자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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