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한완상 前 부총리가 남긴 교훈

류설아 문화부 차장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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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이 설원기 신임 대표이사 취임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대표이사에게 임명장을 줘야 할 이사장이 아직도 공석이기 때문이다.

 

대표이사 직무 대행 중인 경영본부장이 직속 상관에게 임명장을 주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다른 방법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확정하기까지 시간 지체라는 단점이 있다. 어떤 방식이든 이사장이 대표에게 임명장을 주는 통상적 수순은 밟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도, 문화재단 모두 이 같은 상황에 당혹스러워한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이사장 ‘내정자’로 알려진 한완상 전 부총리가 먼저 취임해 설 대표에게 임명장을 주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한 전 부총리는 앞서 남경필 도지사의 제안을 수락, 이사장 공모에 단독 지원했다.

모두 함구했지만 한 전 부총리의 신임 이사장 취임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언론 역시 남 도지사의 ‘대권을 향한 균형 맞추기 인사 영입’이라는 분석을 집중 보도하며 그의 취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한 전 부총리는 지난 5일 돌연 이사장직을 고사했다. 예상 밖 전개에 도와 문화재단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나는 다른 이유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문화재단은 2012년 도지사가 당연직 이사장으로서 대표이사를 임명했던 임원 선출 방식을 인사추천위원회를 먼저 거치는 것으로 전환했다. 기관장 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자 의지였다.

 

그런데 인사추천위원회를 거치기도 전 도지사가 제안하고 이를 수락한 내정자가 존재했다. 이를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그 동안 지자체장이 공공기관 임원 인사를 보은하기 위해 자기 사람 앉히기 혹은 미래를 위한 포석쯤으로 여긴 고질병이 만연했던 탓이다. 매번 이같은 인사에 기관 직원이나 도민 모두 무뎌진 탓이다.

 

이사장 공모는 원점이 됐다. 남 도지사가 지자체장들이 기관장을 개인적 입맛으로 좌지우지하는 상식 밖 행동을 부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도지사가 솔선수범하면, 도내 지자체장이 추진하는 불합리한 인사에 대해 최소한 부끄럽게 여기진 않을까. 더 이상 명퇴 공무원이나 지자체장 측근이 아닌 문화예술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당연한 것을 유의미하게 바라보는 기사 따윈 쓰지 않기를 바란다.

류설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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