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복권을 찾는 이들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가게에 손님이 줄고 공장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잦아들어도, 복권 판매점의 로또 발급 단말기는 힘차게 돌고 있다. 로또는 불황상품 중 하나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살기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기 때문이다. 박탈감, 소외감, 불안감 등을 술과 담배로 잊으려고 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경기 불황에 고용불안ㆍ취업난 등에 지친 국민들이 인생역전, 일확천금을 노리고 복권을 사는 것이다.
더 우울한 건 로또에 당첨된 후 혈육이 갈라서고, 가족이 풍비박산 나는 일이다. 고소, 폭행에 심지어 살인까지, 로또 당첨을 둘러싸고 가족 간에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달 경남 양산시청 앞에서 노모가 ‘패륜아들 ○○○를 사회에 고발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아들이 40억3천448만원의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연락을 끊었다는 것이다. 수소문 끝에 아들이 사는 아파트를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하자 피켓시위를 벌였다고 했다. 아들은 파주에 살다가 로또 당첨 이후 본인을 찾아왔지만 다른 가족들과 당첨금 분배 문제로 갈등을 빚자 거주지를 몰래 옮겼다는 게 노모 주장이다. 이런 노모에 대해 아들은 형사 고소와 신고로 맞섰다. 아들은 노모가 양산시청과 본인 집 앞에서 공개 시위를 하며 자신을 패륜아로 몰았다며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노모 등 가족 4명을 조사해 모두 불구속 입건했다.
그전엔 인천에서 로또 당첨금을 함부로 썼다며 40대 남편이 아내를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때린 폭행 사건도 있었다. 또 포항에선 로또에 당첨된 50대 남성이 동서가 휘두른 흉기에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도대체 로또가 뭐길래…. 이쯤 되면 로또는 인생역전이 아니라 인생 파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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