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패럴림픽 2연패 최광근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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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브라질에서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 유도 시각장애 남자 100㎏급 결승전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2012년 런던패럴림픽 챔피언 최광근(29·수원시청)과 패럴림픽에서 금 4, 동 1개를 따낸 안토니오 테노리오(46·브라질)가 맞붙은 경기였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브라질 홈팬들은 ‘테노리오’를 외쳤다. 하지만 최광근은 주눅들지 않았다. 경기 시작 47초만에 상대선수의 지도를 이끌어낸 그는 1분21초만에 발뒤축후리기로 한판승을 거뒀다.

 

경기 후 최광근은 감독의 부축을 받고 매트에서 내려와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아내 권혜진씨(37)에게 다가가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두 사람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 후 남편은 “내가 많이 부족한데 결혼해 줘서 고맙다”며 아내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펑펑 울던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은 2012년 런던패럴림픽에서 처음 만났다. 권씨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직원으로 최광근의 전담 통역을 맡았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권씨는 영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했다. 올림픽 후 최광근은 권씨를 계속 만날 방법을 궁리하다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고, 8살 위의 여자를 ‘쌤’(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 인연으로 작년 1월 결혼했다. 결혼반지도 없고, 신혼여행도 생략한 소박한 결혼식이었다. 최광근은 이번 대회 전 아내에게 결혼반지 대신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남편은 이를 지켰다.

 

최광근은 아들의 살을 빼려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유도를 했다. 강릉 주문진고 2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그해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3학년 선배와 연습 경기를 하다 왼쪽 눈을 크게 다쳐 시력을 잃었다. 

이후 오른쪽 시력도 약해져 바로 눈앞의 사물도 구별 못하는 정도가 됐다. 그래도 유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울면서 다시 도복을 입고, 2010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일반선수들과 맞섰던 그는 장애인 무대에서 단숨에 두각을 드러냈다. 2010 세계선수권, 2010 광저우 패러아시안게임, 2012 런던 패럴림픽 등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했다.

 

불의의 사고가 그의 시력을 빼앗아갔지만 최광근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장애인 유도의 간판이 됐고, 두번이나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그보다 더 소중한 건 그에게 사랑과 희망, 가족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한편의 영화같은, 감동 드라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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