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만원이다’ 쓴 분단문학의 큰 별 소설가 이호철 선생 뇌종양 투병 끝에 별세…향년 8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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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분단문학의 큰 별, 연합뉴스
분단문학의 큰 별.

분단문학의 큰 별 소설가 이호철 선생이 뇌종양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돼 지난 18일 오후 7시32분 서울 은평구 한 병원에서 운명했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출생, 1950년 한국전쟁에 인민군으로 동원돼 포로로 잡혔다 풀려난 뒤 이듬해 1·4 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소설 ‘탈향’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60여년 동안 장편소설 ‘소시민’, ‘서울은 만원이다’, ‘남풍북풍’, ‘門’, ‘그 겨울의 긴 계곡’, ‘재미있는 세상’, 중·단편소설 ‘퇴역 선임하사’, ‘무너지는 소리’, ‘큰 산’, ‘나상’, ‘판문점’,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 등 수십편의 작품들을 통해 전쟁과 남북 분단문제에 천착해왔다.

유신헌법 개헌 반대 서명을 주도했다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혐의로 투옥되는 등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섰다.

문인간첩단 사건은 법원의 재심으로 2011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인은 전쟁과 이산의 아픔을 직접 체험한 작가로 남북 분단의 비극을 압축된 필치와 자의식이 투영된 세련된 언어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대산문학상, 3·1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독일어로 번역된 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으로 독일 예나 대학이 주는 국제 학술·예술 교류 공로상인 ‘프리드리히 쉴러’ 메달을 받았다.

고인의 작품은 가까운 중국, 일본은 물론 독일,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등 유럽과 영미권 10여개국에서 번역·출간돼 호평받았다.

독일과 헝가리,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초청돼 낭독회를 열고 분단의 현실을 세계적으로 알렸다.

지난 2014년 10월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낭독회를 통해선 “통일이 빨리 되면 더 어렵게 돼 있다. 남북이 서로 드나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는 것이지, 억지로 통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팔순을 기념해 고인을 따르는 문인, 예술인 등을 주축으로 사단법인 ‘이호철문학재단’이 발족했고 최일남, 이어령, 신달자, 김승옥 등 동료 문인과 지인, 제자 등 87명의 글을 모은 기념문집 ‘큰산과 나’가 출간됐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한국소설가협회 공동대표, 한국문인협회 고문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민자 여사와 딸 윤정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21일 새벽 5시, 장지는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다.

허행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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