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혁신제도… ‘사교육 쏠림’ 심화 우려
야자 없애고 진로탐색 기회 부여 취지 좋지만 실효성 의문
돈 없는 대학은 운영 어렵고 교육부도 입시 반영에 회의적
지역 교육청 “업무 증가·하굣길 안전문제 등 추진 버거워”
경기도교육청이 내년 초 야간자율학습을 대체해 추진할 예정인 ‘(가칭)예비대학 교육과정’에 대한 효율적 운영 및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교육 쏠림 현상에 일조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려운 재정 상황에 처한 대학들이 예비 과정 프로그램을 위한 인력과 예산을 제대로 투입할 수 없는데다 교육부 역시 입시제도 반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교육부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재정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예비대학 과정은 야자를 폐지하는 대신 학생들이 희망하는 교과나 진로와 연계된 강좌를 대학에서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정책을 추진해야 할 도교육청 내부에서 벌써부터 운영을 놓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진로탐색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지역지원교육청이 해당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업무증가뿐 아니라 하굣길 안전문제와 같은 다양한 문제가 있어 현재 추진이 버거운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도내 일부 대학들은 예비대학 과정이 현행 경쟁 체제에 따른 입시 중심의 중등교육에서 사교육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내 A대학 관계자는 “예비대학 시행으로 사교육 쏠림 현상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해당 과정은 강제가 아니라 야자 폐지에 대한 여러 대안 중 하나의 선택사항에 불과해 추진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입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불확실하고 설령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그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예비과정 대신 차라리 국영수 점수를 올리기 위해 학원에 가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지원할 인력과 예산이 없어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려워 사교육 시장으로 이탈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B대학 입학처장은 “요새 반값 등록금이 이슈인데 대학생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학교 시설을 왜 고등학생들에게 지원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다”며 “제대로 운영될 지도 의문이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밀어붙이고 당장 입시에 적용하는 지 여부를 논하는 걸 보면 그다지 철저히 준비된 것 같진 않아 보인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전문가는 “타 시도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경기도 학생들만 학생부에 예비대학 과정이 기재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교육부가 어떠한 의견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부모가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 의미 없는 교양 수업을 듣게 하겠냐. 당연히 학원에서 성적을 올리는 기술을 배우게 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제도는 대학이 정하는 사항이 대부분이며, 대학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예비대학 과정이 도입된 후 입시제도에 반영한다는 것은 바로 판단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고, 입시제도에 도교육청이 내놓은 제도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태·정민훈·유선엽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