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시작도 못해”… 4개월째 우레탄 트랙 교체율 0%

나가서 뛰어 놀고 싶은데… ‘납 범벅’ 학교 우레탄 트랙 접근금지
마사토 수급문제로 일괄 교체 ‘불가’ 도교육청 “연내 첫 삽 순차적 공사”

학교 운동장 내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이 검출됐으나 4개월이 넘도록 트랙교체는 단 한 곳에서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사토 수급 등의 문제로 우레탄 트랙 교체가 이른 시일 내에 일괄적으로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수원 A초교 운동장 트랙에는 4개월이 넘도록 접근 금지 띠가 둘러쳐져 있다. 이 학교 트랙은 지난 5월 도교육청의 우레탄 트랙 전수 조사결과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인 90㎎/㎏의 16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다.

 

이 학교는 ‘일단 학생들의 접근을 막아라. 예산이 편성되는 대로 집행하겠다’는 도교육청 말만 믿고 기다렸지만, 아직 공사를 시작조차 못했다. A초교를 비롯해 도내 400개가 넘는 학교의 우레탄 체육시설이 교체 대상이지만 교체율은 0%에 머물고 있다. 도교육청이 교체 사업에 드는 예산을 마련하기까지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A초교를 포함한 18개 학교가 최근 도교육청이 긴급 집행한 예비비를 받았지만, 설계용역과 시공업체 입찰 등 남은 절차가 많아 본격적인 공사는 한 달 뒤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시공업체를 선정하고 우레탄을 뜯어내더라도 그 위를 덮을 마사토를 당장 구하기 어려워 시멘트 바닥을 드러낸 트랙 위에서 체육수업이 진행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A초교 관계자는 “설비업체들이 마사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서 “전국적으로 마사토 운동장을 깔겠다는 학교가 몰리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건설공사장이나 야산에서 채취할 수 있는 천연 마사토는 그 특성상 수급이 불안정한데 근래 수요가 급증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 체육시설 전문시공업체 관계자는 “2천㎡ 크기 운동장의 트랙에 25t 트럭 20대 분량의 마사토가 쓰이므로 한 번에 모든 학교를 공사하기보다 시기를 나눠서 해야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올해 안에 교체공사를 모두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일단 올해 안에 납이 초과 검출된 우레탄 체육시설을 모두 뜯어내는 것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안전과 직접 연관된 문제인 만큼 급하게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대 연구진들이 내놓은 마사토 성분에 대한 기준을 적용해 안전한 운동장을 조성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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