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가을, 저문 날의 편지

화성 봉수대 아랫마을

골목 안 온기 사라진 지 오래,

계단마다 아픔으로 덜컹거리고

알 없는 창

깊은 동공으로 쏘아 본다

지붕 위를 가로지르는

고양이 목젖이 붉다

만삭 우편함

입추의 여지없어

하나 둘 흩어져 나부끼고

널브러진 잔해 속에서도

발자국 스탬프처럼 찍힌

숱한 사연

누워 뒹군다

인증 샷 한 컷

눈물로 얼룩진 얼굴

아픔의 크기로 들어와 찼다

수신인 없는 편지

허공에 파문을 그린다.

 

임종순

경북 안동 출생. <문파문학>으로 등단. 수원문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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