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종부세 내는 미성년자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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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주택 소유자에게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세금 외에 별도의 누진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국세다.

1가구 2주택자로 공시지가의 합이 6억원을 넘으면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다. 한 채의 부동산만 있어도 기준시가가 9억원을 넘으면 종부세 대상이다. 나대지·잡종지 등 종합합산토지 가액이 5억원을 넘거나 상가·사무실의 부속 토지 등 별도합산토지 가액이 80억원을 초과해도 종부세를 내야 한다.

 

종부세를 낸다면 좀 산다고 봐도 된다. 종부세 내는 이를 보면, ‘나도 종부세 내고 싶다’며 부러움 섞인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여필종부가 요즘엔 ‘여자는 필히 종부세 내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물론 농담이지만 ‘쩐(錢)’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부모 등으로부터 거액의 부동산을 물려받아 종부세를 내는 미성년자가 지난해 기준 159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내야 하는 세액도 2014년 3억2천900만원에서 지난해 3억6천만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억원 이상을 증여받은 미성년자는 1천58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증여받은 미성년자는 92명이고 이 중 5명은 50억원 넘는 재산을 받았다.

 

국세청의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종부세 대상자 미성년자는 154명이었다. 4살짜리가 5층짜리 임대주택 주인으로 등록돼 월 임대수익이 1천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고, 3살짜리가 서울 강남에 20억대 아파트를 소유하기도 했다. 부동산을 포함, 예금이나 주식을 증여받은 미성년자는 5천554명이고, 이 중 10세 미만도 1천873명이나 됐다.

 

부모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경제력도 좌우된다는 ‘수저 계급론’을 보여주는 자료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왔지만, 자식에게 물려줄 것이 없는 일반 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된다.

 

미성년자에게 부동산이나 주식을 증여하는 것은 절세를 위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조금씩 물려주면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되면, 우리사회는 출발점이 불공정한 사회로 인식돼 역동성을 잃고 만다. 노력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사라질 때 청년층은 열심히 일할 의욕이 꺾이게 마련이다.

 

부의 세습 문제에 대해 우리사회가 고민해봐야 한다. 고액 재산가들의 변칙 상속과 증여에 대한 과세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과세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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