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잡아라"

▲ 박지수 연합뉴스
▲ 박지수 연합뉴스

2016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순위 추첨이 열린 지난 3일 잠실학생체육관. 1순위 지명권이 울산 모비스에게 돌아가자 유재학 감독은 두 팔을 치켜들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유 감독이 이처럼 기뻐한 것은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203㎝), 강상재(200㎝·이상 고려대), 포워드 최준용(200㎝·연세대) 등 당장 프로무대에서 통할 만한 월척급 대어들을 골라 잡을 수 있게 돼서다.

 

오는 17일 열리는 여자프로농구(WKBL)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유 감독 이상으로 춤을 출 사령탑이 나올 전망이다. 국가대표 주전 센터 박지수(195㎝·성남 분당경영고)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자프로농구는 고교무대에서 선수 수급이 원활치 못했다. 

프로와 고교의 수준 차가 워낙 커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을 받아도 최소 2~3년 담금질을 거쳐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2006년 1순위로 신세계(현 부천 KEB하나은행)에 지명됐던 포워드 김정은 만이 데뷔 시즌부터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을 정도다.

 

하지만 박지수는 최근 10년간 나오지 않았던 즉시 전력감이다. 지난 6월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제31회 리우 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세계 강호들과 경쟁한 박지수는 단숨에 리그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표팀에서 박지수를 지도한 위성우 춘천 우리은행 감독도 “당장 리그에 투입해도 엄청난 위력을 떨칠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미 올해 여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는 ‘박지수 드래프트’로 불린다.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은 어느 때보다 1순위 지명권을 원하고 있다. 특히 센터 기근을 겪고 있는 용인 삼성생명, 구리 KDB생명 등은 더욱 간절하다. 한치영 삼성생명 사무국장은 “고사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여자프로농구는 단일시즌 제도가 도입된 2007-2008시즌부터 ‘절대 1강’의 독주체제가 이어져 왔다. 2007-2008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는 신한은행이 통합 6연패를 달성했고, 2012-2013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는 우리은행이 통합 4연패로 새로운 왕조를 구축했다. 

되풀이된 특정팀의 독주로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박지수의 등장으로 변화의 조짐이 싹트고 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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