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오조준 된 김영란법, 경제적 약자 울린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 부국장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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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입이 절반으로 딱 떨어졌습니다. 휴~”

 

그제 술 한잔 마시고 만난 50대 대리운전 기사가 자동차 키를 넘겨받아 시동을 걸자마자 탄식처럼 내뱉은 말이다.

 

필자는 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그렇듯이 ‘요즘의 불경기를 한탄하는가 보다’라는 생각에 “경기가 아직 어렵죠?”라고 말 인사를 건네자 대뜸 “그런 것이 아니고 김영란법 때문에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하루 평균 수입이 5만원으로, 시행 이전 수입 10만원의 반 토막 났다는 이야기이다.

 

기사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고 지금도 정부를 지지하는데 정부는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며 한탄했다. 정부와 김영란법이 대리기사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 아나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장 생계를 위협받다 보니 모든 것이 불만스럽고 원망스럽다는 눈치였다.

 

한우농가가 날벼락을 맞고 인천시청 앞 고급 한우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까지는 (김영란법 취지와 전혀 상관도 없는 한우 농가와 음식점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대리운전 기사의 ‘김영란법 때문에요’라는 말에는 필자도 ‘아~ 여기까지’라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 밤낮을 바꿔 일하는 대리기사의 생계까지 위협할 줄은 미처 생각이 못 미쳤었다. 술자리가 줄었을 테니 당연한 이치인데도 말이다.

 

어제 인천시청 인근 단골 음식점에서 시청 공무원과 점심을 먹고 더치페이를 하겠다고 하니 주인이 화들짝 놀란다.

 

함께 간 시청 공무원이 “국민의 60%가 찬성하는 김영란법에 따른 것인데 뭘 그렇게 놀라냐”라며 웃으며 묻자 주인은 “그 국민 60%가 누구냐, 왜 나한테는 안 물어보느냐, 장사가 너무 어려워 졌다”라며 열을 올린다. 공무원들이 주로 찾는 음식점인데 시청 공무원 대부분이 점심시간에 정문 밖을 안 나가니 그럴 수밖에….

 

이 사회의 공직 권력과 기득권 계층의 청렴도 내면화를 위해 시행된 김영란법이 경제적 약자에게 오조준 된 채 오발탄을 터뜨리고 있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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