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제 기능 잃은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

류설아 문화부 차장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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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은 지난 2015년 4월 뮤지엄본부를 신설했다. 주 역할은 관장 체제에서 독자적으로 운영됐던 경기도박물관과 도미술관 등 6개 공공 박물관ㆍ미술관에 대한 통합경영지원이었다. 당시 언론을 통해 ‘뮤지엄본부장은 대외활동과 기관 간 행정적 협조 지원, 각 관장의 경영동반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본부는 각 기관의 효율적 경영을 지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시너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뮤지엄본부가 기관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침해하고 또 하나의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2016년, 뮤지엄본부는 그 우려를 씻어냈을까. 긍정적 평가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본부가 주최 주관한 ‘g뮤지엄데이’<본보 10일자 1면>가 단적인 예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린 이 행사는 도내 공사립 박물관ㆍ미술관의 상생 발전을 목적으로 기획, 문화 축제를 지향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백남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설치작 1개 전시에 소규모 공연 2회로 구성, ‘축제’는 민망한 단어였다. 개막식에도 170여 개 도내 박물관장 중 단 3명만 참석했다. 본부의 대표 사업치곤 초라한 현장이었다.

 

이번 행사가 보여준 문제는 더 있다. 뮤지엄본부의 모호한 역할이 그 첫 번째다. g뮤지엄데이 대표작은 백남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건축가 그룹의 대형 설치작이다. 이 때문에 백남준아트센터가 기획 및 작가 선정 과정에 참여했다지만, 본부가 주도한 것이 사실이다. 본부가 박물관과 미술관의 고유 기능인 전시 기획을 직접 한 셈인데, 당초 본부 신설 목적에는 배치(背馳)된다.

 

또 본부와 기관 간 소통 문제다. 본부 측이 소개한 g뮤지엄데이 체험 프로그램은 도미술관에서 7~8월 진행했다. 이번 행사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는 시간차가 있다. 기관과 본부가 일정을 조정해 g뮤지엄데이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했어야 한다. 본부와 기관 간 불협화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본부가 당초 목적과 다른 역할을 하고, 본래 요구받은 제 기능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행사다. 하루빨리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잘못된 길을 가는 이 순간에도, 세금은 투입되고 있다. 

류설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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