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 강가에 앉아
강가에 앉아
햇살이 물결을 타고
도란도란 흘러가는 모습을 본다.
저토록 다정한 모습으로
저토록 눈부신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수만 가지 언어를 가지고도
변명밖에 할 줄 모르는
수만 가지 수식어를 가지고도
가슴엔 벽만 쌓고 사는 우리는
따스한 온기를 나눌 줄 아는 햇살이 부럽다.
조용조용 다정한 눈빛으로
속삭일 줄 아는 강물이 부럽다.
원망과 비난으로 가득한 우리의 대화
폭력과 악으로 남용되는 우리의 언어
사랑을 잃어버린 우리의 대화
기쁨을 잃어버린 우리의 언어
강가에 앉아
햇살이 물결을 타고
도란도란 흘러가는 모습을 본다.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나를 흘러간 수많은 일상들
세상을 흘러간 수많은 사람들
상처 지고 얼룩진 채로 흘러가는
흔적 또한
삶의 강물이 아니던가
무심한 강물은
그지없이 평화로운데
내 마음은 외로움으로 절절하구나
- 충북 보은 출생, <순수문학>으로 등단. 영랑문학상 수상, 시집 <강가에 앉아> 등 다수. 현, 한국 문인협회 여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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