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인 집에 똥 누러 갔다 잡혀간다.’
애매한 일로 남의 잘못에 관계없는 사람이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한 것을 이르는 속담이다.
경주인은 고려 중기부터 조선 후기까지 노비를 관리하고, 공물과 납세를 주선하는 등 중앙과 지방 사이의 연락사무를 담당하는 향리를 말한다.
경주인은 지방에서 올라온 노비가 도망을 가거나 제때 공물이 도착하지 않으면 책임져야했기 때문에, 공물이 조금이라도 미납되면 잡혀가기 일쑤였다.
이 속담은 길을 가다마 갑자기 똥이 마려워 잠시 경주인 집에 똥을 누러 갔다가, 하필 아무런 연관도 없이 경주인과 함께 잡혀가는 봉변을 당한 일화에서 만들어 졌다.
이처럼 속담에는 이 땅에 살아왔던 보통 사람들의 지혜와 해학이 담겨있다. <우리말 절대지식: 천만년을 버텨갈 우리 속담의 품격>(동아시아 刊)의 저자 김승용은 “속담은 우리말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인류의 언어와 문화를 다양하게하는 총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년동안 속담을 수집한 저자는 이 책에 3천91개의 속담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말과 속담에 대한 정보 부족과 무관심으로 많은 오해와 오용을 낳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 저자는 속담을 제대로 설명하고 전달하기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
책은 속담의 의미를 현대에 되새기며 과거와 현재의 속담을 통해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재발견하도록 돕는다.
속담과 그 풀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 있는 다른 표현, 오늘날 새롭게 만들어진 현대속담까지 아우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아닌 밤중에 홍두깨’부터 ‘시렁 눈 부채 손’ ‘가난한 상주 방갓 대가리 같다’ ‘향청에서 개폐문하겠다’ ‘황아장수 망신은 고불통이 시킨다’ 등 들어보지 못했거나 들어봤더라도 그 의미를 잘 모르는 속담들도 친절하게 소개한다.
또 독자의 편의를 위해 대표속담 아래 비슷한 속담들을 묶어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성했고, 각각의 한자성어를 함께 실었다. 여기에 사진과 그림, 표들을 함께 담아 이해를 도왔다.
저자는 책의 말머리에서 “‘찾아보기’가 아닌 ‘읽고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이 책이 속담이 우리 언어문화 속에서 더욱 살찌고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값 2만5천 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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