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게이트 그리고 선배라는 이름

김규태 사회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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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또다시 ‘대형 게이트(gate)’라는 악재를 만난 듯하다. 불과 한달 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사회는 극심한 혼돈에 빠졌다.

 

하지만 이 법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음에도, ‘부정부패’와 ‘청탁’이라는 사회 악을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이 담기며 서서히 연착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사회 악이 윗선에서 터졌다.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의혹 사건’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희대의 게이트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게이트(gate)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정부나 기타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 또는 스캔들’이라고 풀이돼 있다. 이 말은 1972년 6월 발생한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Affair)에서 유래됐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 닉슨은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투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돼 결국 하야했다.

 

▶‘최순실 의혹 사건’은 양파 껍질과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실들이 각종 언론에서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1990년대 중반 조기 귀가의 열풍을 불러온 드라마 ‘모래시계’에 빗대기도 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특종을 연일 터트리는 특정 채널의 뉴스를 보이기 위해 직장인들이 집에 일찍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렇듯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 사건에서 유독 기자의 눈길을 끈 시국선언이 있었다.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 서강대학교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의 후배들이 자부심 대신 그 선배에게 이름을 더럽히지 말아달라는, 어찌 보면 가장 치욕스러운 뜻을 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길라잡이가 돼주어야 하는 선배. 그 선배의 말로가 후배들에게 수치심과 치욕을 주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최순실 의혹 사건’을 공정한 법 테두리에서 수사해 단 하나의 껍질도 남기지 말고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려야 한다. 그것이 선배가 후배에게 마지막 자존감을 찾아 주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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