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한다. 요즘 인터넷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에서 가장 핫한 유행어 제조기는 바로 최순실이 아닐까 싶다.
독일에서 귀국한 뒤 지난달 31일 검찰에 출두하고 조사를 받는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최순실의 행동은 즉각 유행어로 제조돼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신발이 벗겨졌을 때는 ‘순데렐라’(순실 신데렐라, ‘밖에서 날 구해줘’), 최순실이 신은 구두가 프라다였다는 사실을 빗대 ‘악마는 프라다도 벗는다’ 등의 유행어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또 검찰 심문 때 최순실이 먹었던 곰탕이 인터넷 검색어 실시간 1위를 차지하며 ‘우주의 기운을 담은 곰탕’이라는 패러디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신랄한 유행어는 바로 ‘순SIRI’일 것이다. SIRI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가리키는데, 대통령의 말씀 뒤에는 ‘순SIRI’의 음성 인식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는,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을 찌른 말로 통용되고 있다.
▶‘섭정(攝政)’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자. 군주국가에서 국왕이 어려서 즉위하거나 병 또는 그 밖의 사정이 생겼을 때 국왕을 대리해 국가의 통치권을 맡아 나라를 다스리는 일 또는 그 사람이라고 풀이돼 있다. 특히 대비(大妃) 등 여성이 하는 섭정을 ‘수렴청정(垂簾聽政)’이라고 하며, 조선시대에는 세조의 정비 정희왕후를 시작으로 6명의 왕후가 7차례의 수렴청정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중국에서는 청나라 말기 서태후의 섭정이 가장 유명하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최순실 사건의 수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2016년=순실4년’이라는 말이 유행어로 번지며 최순실의 박근혜 대통령 섭정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조차 “그동안 국민들은 최순실 정권에서 살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빠진 분위기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의 눈과 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 노무현 정권의 탄핵정국을 넘어 하야정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만을 말하고, 잘못된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섭정은 국민들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최대한 빨리 깨달으면서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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