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혼돈의 대한민국

이명관 사회부 차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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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김영란법도, 개헌도 모두 이번 사태에 묻히고 있다.

 

지난주는 언론과 방송이 서로 경쟁하듯 최순실과 관련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반면 검찰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당시 검찰에 근무하는 검사와 직원들의 사기도 말이 아니었다. 과거 이와 유사한 중대 사안이 생길 때 움직였던 검찰의 모습에 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검찰의 모습에 실망해서다. 

일부 검사는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을 떠올릴 때 이분들도 최순실을 만났을까, 아니면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며 한탄했다. 이 같은 상황에 세월호 사건 당시 기레기라고까지 불리며 폄하됐던 기자들과 언론의 신뢰는 높아졌고, 검찰에 대한 불신은 쌓여만 갔다.

 

늦었지만 최순실 특별수사본부를 추가 확대해 과거 ‘중수부급’ 진용을 갖춘 검찰은 이번주부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비록 최순실 귀국 후 31시간을 줘 또 한 번 비난의 여론이 있기는 했지만, 그간 언론에서 제기됐던 혐의들이 하나둘씩 검찰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3일 긴급체포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재단 기금 모금 활동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 스스로 생각해 참모로서 적극 도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까지 왔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이 2%까지 떨어지고, 은퇴한 70대 노인들도 이제껏 신념을 갖고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이 잘못된 것이었냐며 개탄하고 있다.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모든 국민이 혼돈에 빠져 있다. 

더 이상 국민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까도 까도 끝없는 양파보다 더욱 독한 이번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진실을 알고 싶은 국민을 대신해, 조금은 늦었지만 검찰 스스로가 한점 부끄럼이 없도록 성역 없는 수사를 해주길 기대해본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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