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시즌 초 혹사 논란… 선수가 기계인가

선수 건강보다 눈앞의 1승이 중요할까.

 

한국 스포츠는 프로 출범 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미디어 취재 환경, 훈련 및 재활 시스템, 마케팅 등 2000년대에 접어들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선수를 바라보는 지도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선수 관리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청주 KB스타즈의 국가대표 선수 강아정의 ‘혹사 논란’이 있었다. 오른쪽 외측인대 2개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은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킨 것이다.

 

강아정은 11월 5일 경기에서 39분으로 양 팀 통틀어 가장 긴 시간을 소화했다. 팀을 이끌고 있는 안덕수 감독은 강아정 본인의 의지도 있었기 때문이라 했고, 강아정 역시 “선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플레이오프나 우승컵이 걸린 중대한 경기도 아니고 개막 초반인데, 굳이 무리를 시킬 이유가 있느냐는 이유였다.

 

강아정은 노장이 아닌,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드는 선수다. 당장의 1승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강아정의 무리한 출전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투혼’으로 포장된 강아정의 ‘혹사’가 타 구단에게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남자프로농구에서도 모 선수가 부상 투혼을 벌이자, 타 구단서 “너는 밥이 넘어가냐. 저 선수를 보면서 느끼는 것 없냐”며 눈치를 줘 부상자들이 좌불안석했던 사례가 있다.

 

저변이 열악한 국내 스포츠 현실에서 스타 1~2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열악한 저변에도 불구, 롤모델들이 모범사례, 성공신화를 만들어내며 꿈나무들도 계속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 여자스포츠에서 지도자는 ‘코치님’이 아닌 ‘선생님’이라 불린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진정한 선생, 즉 스승이라면 선수의 건강과 미래부터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손대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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