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대만의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은 취임 6개월도 안되어 ‘하야’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교수 출신으로 이제 갓 60을 맞은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5월 취임 때 70%에 이르는 지지율로 국민의 신임이 매우 높았다.
그런 그가 왜 짧은 시간에 지지도 30%대로 추락한 것일까? 첫째는 그의 외고집과 리더십. 대만 역시 경제성장이 2%선에 멈춰 섰고 경기가 계속 바닥을 치고 있는데도 총통은 경제문제보다 원주민들의 인심 얻는데 주력하는가 하면 사법원장의 임명에 대한 국민 여론의 악화 등 인사실패가 이어졌다.
둘째는 ‘미국의 안보 동반자’를 내세우며 중국에게는 강경노선을 편 것이다. 심지어 1992년 중국과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정치형태를 유지하자는 이른바 ‘92공식’이 사문화되고, 이 때문에 중국이 관광객을 억제시키는 등 경제적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것. 요즘 들어 대만에서는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서 그의 외고집과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의 아로요 전 대통령의 운명은 더욱 비참하다. 재임기간 중 선거자금 유용과 뇌물수수로 수사를 받아온 그녀는 2011년 1월 18일 몰래 공항을 빠져나와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안면 뼈 질환을 치료받기 위해 출국하는 것이라며 얼굴을 알아보기 어렵게 야구 포수의 마스크 같은 것을 착용했으나 경찰의 눈을 피하지 못 했다.
아로요 역시 사회개혁법안 제정, 곡물보호법 시행 등으로 국민의 지지도가 높았고 특히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조지타운대학 동기동창이며 필리핀 9대 대통령을 지낸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대통령의 딸이어서 더욱 각광을 받았다.
누구보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 여성 대통령은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그녀는 통 큰 여성 대통령으로 국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올림픽을 유치했으나 탄핵을 받아 정작 개막식에는 부통령이 참석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지우마 호세프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여성 정치인도 참 드물다. 사회주의 운동에 심취한 나머지 1960년에는 여성의 몸으로 총을 들고 게릴라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정부군에 체포되어 3년간 감옥살이도 했다. 전임 대통령 룰라의 최측근으로 국무총리에 해당되는 ‘수석장관’을 맡아 브라질 경제를 일으킨 ‘룰라의 기적’을 이끌기도 했다.
그래서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나 불법 비자금 조성, 경기침체, 포퓰리즘과 무능, 실업자 사태 등으로 민심은 등을 돌렸고 전임 대통령의 비리까지 은폐하려다 탄핵을 당해 하야를 해야만 했다.
이들 여성 대통령들과는 대조적으로 성공적인 정치인으로 찬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영국 병’으로까지 일컬어지던 고질적인 노사문제를 해결하고 영국 경제를 일으킨 ‘철의 여인’ 대처 전 총리. 그리고 EU의 실질적인 대주주로 독일 뿐 아니라 유럽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 현 총리.
그런데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것은 여성이냐, 남성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과연 그에게 나라를 이끌고 국민을 통합하는 리더십이 있느냐 하는 것이고, 국민들에게 좀 어려워도 경제발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주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부정부패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에 몰린 것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비운의 공식은 예외가 없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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