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이나 복지시설에 후원하는 연탄, 김장 김치는 소외계층들이 한겨울을 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아직도 세상은 따뜻하구나’하는 생각에 후원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한다. 연말에 집중되는 이 같은 기부는 우리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각박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밝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유독 소외계층들을 대상으로 한 후원이나 봉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올해 월동준비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 시행에,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초겨울 바람이 더 차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부정청탁 근절, 부패 방지다. 이 같은 긍정적인 취지에 대한민국 대부분 국민들이 동의했다. 이제 세상이 좀 더 청렴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런데 시행 초기 김영란법이 엉뚱한 곳에 피해를 주는 현상이 나타났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국 31곳의 연탄은행이 확보한 연탄이 약 40%나 감소했다고 한다. 연탄은행은 이 같은 현상을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법 시행 초기 구설에 오를 수 있다며 바짝 웅크리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문화계도 한겨울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문화사업이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예산을 환수당할 위기에 놓여 있고,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직접적인 잘못은 물론, 연관이 없는데도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은 사업지원에 ‘주저주저’한다. 기업들의 ‘괜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하는 눈치 보기가 길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금수저들이 아니라 없는 사람들 이른 바 흙수저들이라 안타깝다.
비단 연탄을 지원받아야 할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불경기 탓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 우리 주변에 보이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피해 당사자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핑계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보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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